[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공식 일정 첫날인 2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 공식 일정 첫날인 2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7

시민 대부분 회담 결렬에 “실망”

해법으로 “文운전자론” 제안도

‘희망’과 ‘비관’ 다양하게 쏟아져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정수·이수정 인턴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28일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시민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추가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희망을 거는 이도 있었다.

큰 틀에서 비핵화와 관계개선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부터 261일 만에 다시 마주 앉은 두 정상은 30년 가까이 심화해온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았으나, 이번 회담에선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발표 순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모든 시민의 눈길은 TV로 쏠렸다. 이동하던 시민들도 지나가던 길을 멈춘 채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몇몇 시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거나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옆 사람과 TV를 가리키며 연신 대화를 주고받는 시민들도 있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희망찬 뉴스에 다들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결렬 소식이 들려오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천지일보=김정수 인턴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김정수 인턴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너무 아쉽다… 앞으로 전망 어두워” 실망하는 시민들

대학생 김현지(23, 여, 서울 서대문구)씨는 “서로 양보를 해야 하는데 미국도 북한도 원하는 게 많아 양쪽 입장만 고수한 거 같아 아쉽다”며 “앞으로 북미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북한은 몇 십년동안 제재를 많이 받으면서 이뤄온 핵기술인데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어 북한이 쉽게 포기 안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북 구미로 떠나야 하는 박진성(가명, 24, 남)씨는 “하노이선언이 결렬 되서 아쉽다. 북한은 지금 핵 때문에 대우를 받고 있는데 쉽게 폐기를 안 할 듯하다”며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될 거란 생각이다. 북한이 핵을 놓을 거 같지 않다”고 현 상황을 비관했다.

6.25 전쟁 등 각종 전쟁을 치러왔다는 이우선(가명, 90대, 남)씨는 “서로 줄다리기만 하고 양보하지 않았다. 자기들 이득만 생각할 텐데 추가회담을 한다고 해서 차이가 있겠나”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좋게 평가하고 친구라고 말하고 김 위원장이 핵 포기한다 말해도 다 믿을 수가 없다“고 낙담했다. 다만 “그래도 북미정상회담이 잡힌다면 서로 양보해서 전쟁 없는 평화가 오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차라리 회담이 결렬되길 잘했다는 시민도 있었다.

사업을 하는 백정섭(가명, 58, 남, 충북 청주)씨는 “(이 상태에서 회담이 타결되면) 김 위원장 체제만 지속되게 하는 일일 뿐이다. 지금 북한은 체제보장을 위해 비핵화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어차피 북한은 미국과 ‘게임’이 안 된다. 미국이 원칙대로 나가야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첫 일정인 단독회담과 만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2019.2.27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첫 일정인 단독회담과 만찬에 앞서 악수를 하고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2019.2.27

◆‘한반도 운전자론’ 등 文대통령 역할 강조하는 시민도

앞으로 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홍보일을 하고 있다는 변지혜(30대 후반, 여, 서울 노원구)씨는 “잘 됐으면 했는데 이렇게 돼서 놀랍고 안타깝다”며 “비핵화 등이 가능할 거라 보지만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밝혔다. 더 빠른 타협을 위해 변씨는 “두 정상의 잘 해결하려는 노력은 신뢰하나 문 대통령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을 하는 이상헌(50대, 남, 서울 성동구)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에 비핵화로 가자고 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믿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청문회 때문에 급한 상황 아닌가. 추가적인 회담이 열릴 때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삼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개성공단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개성공단처럼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한번 실패했기에 다시 재개한다면 우리가 확실한 보증·담보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업주부인 김은선(가명, 40대, 여, 서울 노원구)씨는 “김 위원장도 핵 포기 할 것처럼 했는데 이행 안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얻으면 잘 지원해줄 것처럼 하지만 막상 되면 우리에게 떠넘길 것처럼 보인다”며 “문 대통령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겠지만 혼자만 힘들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갈리지 않나”고 조심스러워 했다.

[천지일보=김정수 인턴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김정수 인턴기자]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여전히 극적인 타결 기대”도

여전히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었다.

김영호 대전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은 “양 정상 다 ‘빅딜’을 원해서 문제가 됐다.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면서도 “두 정상 다 코너에 몰렸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어떠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서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거 같다”고 기대를 밝혔다.

아이와 함께 회담을 지켜본 회사원 김도균(47, 남, 서울 강북구)씨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추가정상회담을 기대한다. 비핵화 합의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가능할 거라 본다”고 희망을 전했다. 필요하다면 개성공단 재개도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둘째 날 단독회담 전에 “서두를 생각이 없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 감사하다”고 기대감을 낮췄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속도차’를 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던 반면 김 위원장은 북한 체제 안정을 위해 빠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엇박자가 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비핵화와 종전협정 등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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