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며칠 전 동아일보는 옥탑방에 살던 사람이 난간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뉴스를 상세히 전했다. 20대 청년이고 계약직이다. 작년 10월 청년은 회사에서 일을 늦게까지 하느라 밤 12시 반이 돼서야 퇴근했다. 이어서 상사와 술자리를 갖고 새벽 3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키가 180㎝인데 난간 높이는 키의 절반에 불과한 92㎝였다.

지난해 7월 인천의 옥탑방에 살던 가정의 네 살배기 어린이가 추락해서 숨졌다. 엄마가 장보러 간 사이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어린이가 집기류 위로 올라가 놀다가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시민 한 사람은 한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형이 옥탑방에서 문 열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면서 보상받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난간 높이가 50㎝ 밖에 안 되고 방문과 난간 사이가 125㎝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연이 없는 죽음이 없지만 옥탑방에서 추락해서 목숨을 잃게 되는 현실엔 고질적인 주거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옥고’라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거주는 국가와 사회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문제에 눈감아 온 결과다. 한국정부는 이들 주거지를 ‘비주택 거주’라고 말한다. 이들 주거지는 상태가 안 좋아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안전도 문제가 된다.

옥탑방 살이는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춥다. 사람들은 그렇게만 알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옥탑방은 안전이 문제되는 공간이다. 아파트나 빌라에서 사람이 추락사했다는 뉴스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 보통의 집에는 위험한 난간이 없다. 창문의 높이도 집에 따라 다르지만 몸을 움직이다 추락할 정도는 아니다.

‘옥탑방’은 사실 방 또는 집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공간이다. ‘반지하방’을 방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집의 내용을 이루는 방으로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옥탑방은 물탱크로 쓰던 공간을 개조한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수도 시설이 현대화되기 시작하면서 물탱크가 필요 없어지자 그 곳에 ‘셋방’을 만들었다.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주거 공간이다.

법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이런 공간이라도 있어서 거리에 나앉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쉼터 역할을 한 면도 있으니까.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왜 사람들이 옥탑방에 들어가 살게 되었나 하고. 답은 간단하다. 자신의 소득으로 살아갈 집이 없으니까. 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고 보증금이 적어 정상적인 전셋집에 살 수 없고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괜찮은 월세살이도 가능하지 않다.

쾌적한 집은 아니더라도 지옥고가 아닌 괜찮은 집에 살았다면 20대 청년도 누리꾼의 형님도 네 살배기 어린이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조심하지!” 그렇게 반응한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답이 없다. 집이 아닌 곳을 집으로 강요한 사회의 잘못에 주목해야 대책이 나오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나중에 총리가 되는 스웨덴 사민당 의장 페르 알빈 한손은 1928년 의회 연설에서 ‘국민의 집’이라는 원대한 구상을 내어 놓았다. 당시 스웨덴은 빈부격차가 크고 노동착취가 만연하고 약육강식의 사회로 변해가는 상황이었다. 한손은 나라가 집처럼 돼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가정이란 근본적으로 공동체, 그리고 함께함(togetherness)을 뜻합니다. 훌륭한 가정은 그 어떤 구성원도 특별대우를 하거나 천대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홀대하지도 않습니다. 훌륭한 가정에는 평등, 사려 깊음, 협력, 도움이 존재합니다. 이를 국민과 시민의 위대한 가정이라는 개념에 적용할 경우, 이는 오늘날의 시민들을 특권을 가진 자와 천대받는 자로, 지배자와 종속자로, 부자와 빈자로, 자산 소유자와 빈털터리로, 약탈자와 약탈당한 자로 갈라놓는 모든 사회적 경제적 장벽의 철폐를 의미할 것입니다. 스웨덴사회는 아직 국민의 가정이 아닙니다. 형식적인 평등, 정치적 권리의 평등은 존재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계급사회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소수의 독재가 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풍요로운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1928년 한손총리가 말한 스웨덴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 집’이 되는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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