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프로야구의 신이 TV에서 뉴미디어로 탈바꿈했다. 지난 1982년 출범부터 프로야구는 TV와 함께하며 37년여 만에 1년 총 관중수 800만 시대를 열며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곳에 TV 중계가 있다’고 할 정도로 프로야구는 TV 중계와 함께 관중과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런 모양새가 완전히 바뀔 것 같다. 디지털 세계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강세가 워낙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V를 신으로 모셨던 프로야구가 새로운 신으로 뉴미디어를 떠받드는 세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KBO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평가결과를 보면서 갖게 됐다. 네이버, 카카오, KT, LG 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이 참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지상파 방송 3사와 이들의 자회사인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등 방송사 컨소시엄을 밀어내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제시한 입찰금액은 5년간 총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뉴미디어 중계권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이다. 뉴미디어 중계권은 TV 중계권과는 별개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중계권이다.

KBO는 올해 말 지상파 케이블 중계권 계약과 2020년 말 IPTV 중계권 계약을 추가로 할 예정이지만 이번 뉴미디어중계권협상에서 네이버 등이 주도하는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주도권을 잡음에 따라 앞으로 프로야구 중계에서 뉴미디어가 대세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모바일을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은 프로야구에서 해가 갈수록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중계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2007년 스마트폰의 출시로 촉발된 모바일은 TV와의 경쟁관계를 넘어서 프로야구 경기장 안팎에서 우위를 확보한 상황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경기를 보면서도 경기의 세세한 정보를 시시각각 전해주는 모바일에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이며, 경기장을 가지 못한 일반 스포츠팬들은 가정이나 지하철 등 대중들이 밀집한 장소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경기를 즐기는 장면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TV 3사는 모바일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프로야구의 ‘곁가지’ 정도로 보고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의 위력이 시간이 갈수록 맹위를 떨침에 따라 TV 3사는 모바일의 도전을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제는 공포의 대상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모바일이 TV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이다. 지난해 방송 3사는 모바일 등에 많은 광고시장을 잠식당하며 수백억에서 수천억대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미디어가 프로야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판단하고 파격적인 중계권료를 지불키로 한 것은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 종목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TV의 위력을 떨어뜨리고 뉴미디어의 성과를 높일 경우 앞으로 축구, 농구와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국제이벤트에서도 우위를 살려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 시장은 앞으로 기술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미디어 신기술의 도입에 따라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통해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며 스포츠 경기의 묘미를 한껏 높여 줄 것이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스포츠 영웅과 함께 모바일상에서 직접 경기를 같이하는 환상적 세계를 만들 수도 있다. 이제 프로야구도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신이 펼치는 세상을 가슴 졸이며 즐기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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