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대표(오른쪽)가 28일 오후 인사차 국회 본청 바른미래당 대표실을 찾아 손학규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19.2.28 (출처: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대표(오른쪽)가 28일 오후 인사차 국회 본청 바른미래당 대표실을 찾아 손학규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19.2.28 (출처: 연합뉴스) 

“통합, 차근차근 확실히 이뤄야”
보수 우파 통합 전면에 내세워
손학규, 黃 면전서 “얘기 말라”
한국당 전대 결과에 “국민 등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난달 28일 새 지도부 체제를 전격 가동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 당대당 통합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당의 새 사령탑으로 선출된 황교안 신임 당대표가 보수 통합의 필요성과 함께 사실상 바른미래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당대당 통합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보수 진영의 통합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 불붙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 승리의 대업을 어깨에 짊어진 황 대표는 한국당의 활로와 우파 통합의 지름길로 보수 우파 통합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한국당이 우파의 본류로 회복하기 전에는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이날 당대표로서 첫 공식 업무에 돌입한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했다. 그는 당 운영 방향에 대해 “통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통합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 당부터 통합되고, 더 나가서 넓은 통합까지 차근차근 확실하게 이뤄져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당선 직후 취임 연설에서도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황 대표가 구상하는 통합엔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중도우파 보수를 포함해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대통합으로 총선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불쾌감 표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 차 자신을 예방한 황 대표를 향해 “정당 간에 존중을 하고 예우를 해야 한다”며 “당대당 통합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황 대표의 면전에서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통합을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바른미래당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는데, 당이 갖고 있는 역량과 한국당의 역량으로 정부의 잘못된 폭정을 막아내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합이 아닌 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이지만, 손 대표는 이마저도 내쳤다. 그는 “지금은 야당이 단합해 막겠다는 쪽으로만 말씀을 하는데, 지금은 여야가 무조건 서로 대립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이유는 한국당의 전당대회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당선은 중도층의 표심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대표 후보가 50.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지만, 최종 당선은 37.7%를 얻는 데 그친 황 대표에게 돌아갔다. 손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결과를 언급하고 “극우 보수세력의 승리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여론을 등지고 있다는 게 표심에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 당선이 일반 국민의 표심과 어긋난 만큼 중도층의 지지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이 당대당 통합을 거부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으로서 보수 통합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지율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 우파의 지지를 완전히 되찾아오지 못한 상태다. 우파의 든든한 지지 없이는 내년 총선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통합의 한 축인 바른미래당이 선을 긋고 있어 통합은 결코 쉽지 않은 ‘가시밭길’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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