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만세행진 재현행사에서 숙명여대 재학생 등 80여명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손에 태극기를 든 채 만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만세행진 재현행사에서 숙명여대 재학생 등 80여명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손에 태극기를 든 채 만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8

“남북 조화로 3.1정신 실현”

“동아시아평화에도 큰 영향”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부·지자체·시민단체의 다양한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그날의 정신을 기리며 기념식을 열었지만 남녀노소·빈부를 가리지 않고 참여해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당시와 달리 현재 우리 사회는 보수·진보 이념갈등, 기업·노동계의 갈등 등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반목과 갈등에 멍든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3.1운동정신의 실현은 남북문제 해결과 평화 구현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일 위한 국가적 큰 그림 그려야”

대통령직속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부위원장인 윤경로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1정신의 핵심은 종교와 이념의 모든 것을 초월해 연대·연합했던 것”이라며 “100년 전에 우리 선열들이 가졌던 정신을 지금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갈등으로 나뉜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돌파구는 남북문제”라며 “당장의 통일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남북 간 소통·왕래·교류하고, 막혔던 남북의 큰 벽을 허무는 일은 계층이나 이념, 남녀 간의 갈등을 다 초월하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100년 전 그 엄혹한 시대에 우리민족은 독립을 하겠다는 일념이 강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남과 북,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이념 갈등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끊겼던 철로를 회복해 국토 분단을 해결하고, 통일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남과 북이 조화를 이루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반듯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며 “또 그러한 그림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3.1정신을 오늘에 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3.1정신의 실현이 비단 남북문제의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는 데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과 중국은 전쟁 없는 동북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세계의 흐름은 태평양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오고 있다”며 “시대적인 흐름도 잘 감지해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통의 문제해결 필요성 강조돼”

이나미 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 연구교수도 3.1정신의 실현을 위해 남북문제와 같은 공통의 문제나 큰 목표를 두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교수는 “3.1운동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신분이나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참여했다”며 “내부 갈등이 해소되는 가장 큰 요인에는 더 큰 외부의 적이 있다거나 이뤄야 할 더 큰 목표가 있을 때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만의 노선을 넘는,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가 그때(3.1운동)는 ‘독립’이었다”며 “일제로부터의 차별과 부당한 대우 등은 당시 특정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부분이었고 그런 점에서 한마음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파·좌파를 떠나 공통으로 지향할 수 있는 가치를 우리가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면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의미에서 남과 북이 평화를 이루는 것은 이념이나 계층을 떠나 모두가 지향하는 바이고, 우리 민족이 이뤄야 할 ‘대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북평화뿐 아니라 이념을 떠나 우리가 공통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목표, 예를 들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공해문제의 해결 등을 제시하고 일치된 모습으로 나아간다면 좋은 교훈을 남길 수 있고, 우리 사회는 다른 목표들도 하나하나 이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문제, 불필요하며 시급하지 않은 것들은 뒤로 하고 누구나 찬성하는 이슈나 아젠더를 먼저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3.1운동은 공통으로 할 수 있는 목표들을 내걸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모두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우고 해결해가는 것을 통해 3.1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3.1정신은 화합·조화의 정신”

3.1운동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화합’과 ‘조화’에 있다며 이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석산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한국언어문학과 명예교수는 “3.1운동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천도교, 불교, 기독교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졌음에도 독립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하나 된 화합과 조화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신이 독립선언서에 그대로 담겨있다면서 “(독립선언서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 침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도 구시대적인 침략에서 벗어나서 평화의 대열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인류공영의 길’이라고 했으니 굉장히 높은 차원에서 화합을 이루려는 것이 3.1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100년 전,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 조상들은 화합과 조화의 정신을 내놨다”며 “오늘 우리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다. 3.1운동의 궁극적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1정신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계몽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구체적인 교육을 하고 계몽활동을 하며 시대적인 이념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러한 정신이 중요하다고 절박함을 느끼게 될 때 우리가 갈등 속에서 벗어나서 화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3.1정신 계승, 남남갈등 해결”

박남수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상임대표도 3.1정신에 대해 “종파를 넘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다함께 평화적으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3.1정신을 다시 계승하고 그 정신으로 서로를 품어주고 안아준다면 남남(南南)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정신이 살아나게 될 것”이라며 “남쪽 이웃들이 서로 손잡고 행복해야 북쪽도 행복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박 상임대표는 3.1정신의 구체적인 실천방향에 대해 “100년 전에 있었던 위대한 민족정신을 그저 글로 보고 말로 읽는 것만 아니라 내가 실질적으로 100년 전의 선열들의 모습으로 움직여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한번 손을 잡아주고, 설령 나와 뜻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나아가는 것이 실천의 덕목이 된다”며 “그것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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