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나주 승촌보. 4대강 16개보 중 하나다. 길이 512m 높이 9m로 상부에 공도교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나주 승촌보. 4대강 16개보 중 하나다. 길이 512m 높이 9m로 상부에 공도교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승촌보 개방·죽산보 해체
나주지역민 찬반입장 팽팽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정부가 4대강 보 처리방안으로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승촌보를 상시개방하기로 발표한 후 나주지역 주민들은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영산강 수질 회복과 관리비용 절감 등 환경·경제성과 관련해 기대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반대 측은 보 철거에 따른 경제 타당성 문제, 물 이용 어려움·친수시설 이용객 감소, 지역경제 악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지난 25일 기자가 찾은 승촌보는 4대강 16보 중 하나로 길이 512m, 높이 9m다. 상부에 공도교가 있어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가능하며 주변에 캠핑장, 축구장, 영산강문화관이 있다. 담양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도 있다. 

◆“영산강 회복, 지금부터 시작”

승촌보 영산강문화관 앞에는 자전거 라이더족이 휴식 중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승촌보 상시개방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랫동안 고인 물로 인한 녹조현상과 악취 문제, 관리비용 경제성,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승촌보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남주섭(60대, 광주시 광산구)씨 일행은 “4대강 사업은 애초 설계할 때부터 문제 있었다”며 “건설사 배 불리기 위한 국책이었다. 주변에 농사짓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보를 상시개방하던지 해체하고 영산강 수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영산강 관련 환경단체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도형(영산강네트워크 사무총장)씨는 “이번 방안은 영산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보는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다시 해체 비용이 들지만 이대로 두면 앞으로 관리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조속히 해체하는 게 경제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랫동안 영산강 살리기에 앞장서온 이만실씨는 “승촌보의 경우 현재 그 부근에서 농사짓고 수막 재배하시는 분들이 지하수를 써야 하는데 농사짓는 데 문제가 예상된다”며 “다리사용 문제로 상시개방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상시개방을 하더라도 1/3 정도만 개방하므로 완전한 수질 개선 효과는 덜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승촌보에 대해서 이씨는 “승촌보도 원칙적으로 해체가 맞지만 불가능하다면 교각을 만들어서라도 전체구간이 개방되도록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는 목포의 영산호 하굿둑을 개방해야 바닷물이 통수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죽산보.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 나주=이영지 기자]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죽산보. ⓒ천지일보 2019.2.28

 ◆“정부 신뢰 못 해, 생존권도 위협”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승촌보 부근의 마을에서 농사짓고 있는 남길남(60대)씨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경제적으로 좋은 게 사실이냐”며 “우리는 농사 지으려면 지하수가 필요한데 보를 해체하면 우리 생계는 누가 책임지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승촌보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미라(40대)는 “이곳은 축구장, 영산강문화관 등이 있고 자전거 라이딩족도 많이 찾는다”며 “승촌보를 없애면 다리를 이용할 수 없어 이용객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반대했다. 

주민들의 반응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죽산보로 옮겼다. 죽산보 주변의 대다수 주민은 정부의 제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양성민(50대)씨는 “농민·상인 등 많은 주민이 반대하고 있다”며 “죽산보를 해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죽산보로 환경이 좋아졌는데 해체라니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또 “저게 고정보가 아니라 가동보다. 열었다 닫았다 하면 되지.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없애면 되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수질 오염과 관련해서는 “영산강은 이전에 장성댐 후 이미 건천화(乾川化) 현상으로 더 수질이 나빴다”고 주장했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혜자(50대)씨도 “보를 없애면 물이 부족해 영산포 선착장에서 앞으로 황포돛배를 운영하지 못하게 될 텐데 매출이 줄어들 게 뻔하다”며 “정부가 예전처럼 또 국민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실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죽산보 해체 제안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관련 실과가 모여 정부가 제시·제안한 사항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 중”이라며 “여기는 결론적으로 농사짓는 분이 많아서 양수장 설치 등이 필요한데 예산 등 용수 확보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마련된 다음에 해체 여부를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방침이지만 동시에 행정 입장에선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지속해서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주시 관계자는 “죽산보 시험 개방으로 영산포에 있던 황포돛배가 죽산보 아래쪽 임시선착장 쪽으로 이동했다”며 “아무래도 황포돛배 이용객이나 영산포 홍어의 거리 상가 매출 등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멀쩡한 죽산보를 왜 해체하냐”며 “농사짓는 시기엔 보를 막고, 물이 고이면 한 번씩 통수(개방)하면서 관리를 잘하면 되지. 정부는 제발 이제 심사숙고해서 후회하지 않을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주민단체들은 이번 승촌보 상시개방·죽산보 해체 제안을 놓고 토론회·집회·성명서 등 찬·반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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