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동구 전하동 일대 부동산 입구에 ‘아파트 최저가’ ‘빌라 급매’ ‘주택 초급매’ ‘단기계약 가능’ 등의 용지들이 부착돼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시 동구 전하동 일대 부동산 입구에 ‘아파트 최저가’ ‘빌라 급매’ ‘주택 초급매’ ‘단기계약 가능’ 등의 용지들이 부착돼 있다. ⓒ천지일보 2019.2.28

“규제 너무多, 서민만 힘들어”
“집 없죠… 집 있는 자 걱정 왜”
“언론이 집값↓ 지나치게 보도”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아파트 최저가’ ‘빌라 급매’ ‘주택 초급매’ ‘단기계약 가능’

지난 27일 울산시 동구 전하동 일대 부동산에는 ‘초급매’와 ‘단기계약’까지 등장했다. 쏟아져 나온 빈집매물과 상가임대 등이 적힌 용지들이 수요자를 찾고 있었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업 경기침체에 인구감소까지 더해져 늘어난 빈집만큼 공급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전하동에 한 부동산 소장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동구지역 집값은 기존 매매가격에서 20~30%가 떨어졌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수요자는 찾기가 어렵고 지금은 경매가 활성화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올해도 부동산 경기는 밝을 것 같지 않고 중공업 회복세가 되는 내년이 되면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집 없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부동산 규제정책을 많이 바꿨는데 오히려 부동산 성장이 안 되고 있다”며 “돈 있는 사람들을 조이면 결과적으로 서민들은 더 힘들다”고 우려했다.

동구 번화가인 일산해수욕장 인근에도 상가임대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접근성이 편리한 1층 상가도 세입자를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들도 월세를 20% 내려서 받고 있고 여기 1층도 편의점을 하던 자리인데 30%내린 가격으로 내놨지만 3개월째 문의전화만 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대출도 하고 여러 돈을 모아 건물을 지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한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한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동구에서 빈집이 가장 많다는 방어동 꽃바위 부근 한 부동산 소장은 집값하락에 대해 “언론들이 집값이 떨어졌다고 과하게 보도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거의 공짜로 집을 사려고 한다”며 더 이상 답변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같은 지역의 부동산 관계자는 “꽃바위 지역은 원래 미포조선 근로자들로 인해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흥했던 지역이다. 4년 전만 해도 당시 9천만원 하던 집값이 1억 8천까지 뛰었다. 거품인데 그것을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꽃바위 주변 H아파트 112㎡(34평) 매매가는 2억 7~8천만원에서 2억 1~2500만원으로, 79㎡(24평)의 경우 2억 4천만원에서 1억 6~7천만원으로 떨어졌다. 빌라는 82㎡(25평) 기준 2억 4~6천만원에서 1억 7천만원까지 하락했다. 원룸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보증금 50~100만원에 월세 21~23만원 선이다. 상가는 사무실 10~13평 기준해서 기존 월세 7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내렸다. 현재 꽃바위 부근 아파트는 매매는 잘 이뤄지지 않고 수요자들은 전세만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같은 동구지역 이지만 전하동, 화정동, 일산동의 아파트 매매는 평균이라고 덧붙였다.

전하동에 한 빌라 주인인 서춘매(60)씨는 기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25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서씨는 “속상하지만 그래도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여기 전하동은 빈집이 없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빌라 주인아주머니는 “보증금 없이 4개월 월세를 일시불로 해줘서 집이 나갔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냐”고 말했다.

동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집 없는 가난한 사람이 집 있는 사람 걱정을 왜 하냐. 빈집도 많은데 집값을 싸게 내 놔야지. 똑같은 돈이면 차라리 시내 중심가에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했다.

동구 번화가인 일산해수욕장 인근에도 상가임대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19.2.28
동구 번화가인 일산해수욕장 인근에도 상가임대 현수막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19.2.28

이런 가운데 꽃바위에 29층 208세대 주상복합아파트가 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분양사무실에 따르면 25평의 신축소형아파트 분양이라 신규계약 70%가 완료됐고 미분양도 무난하게 성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 역시 2년 넘게 집값이 떨어졌고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 마산합포구의 집값도 각각 10.1%, 8.1%, 7.4% 하락했다. 급기야 분양을 포기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마산회원구 재개발 아파트인 e편한세상은 최근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로 전환하는 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95%에 달하는 미분양이 1년 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면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김모(52)씨는 “아파트 가격이 1억 가까이 내렸다. 물론 빌린 돈도 있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번 기회에 집을 장만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냐”며 “온 가족이 숨도 안 쉬고 돈을 모았고 아파트 값이 내린 만큼 인테리어 비용을 충분하게 잡고 공사를 했다. 이삿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산구에 원룸 주인인 김미선씨는 “월세 가격을 내려서 집을 내놨고 아직 빈집은 있지만 이제 날이 풀리면 집이 나갈 것 같다”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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