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의 현장을 찾다

[천지일보=전국부 특별취재팀] 반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나라. 그 중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남긴 근현대사를 간직한 장소들이 지역민과 국민들의 관심 속에 휴식공간으로 활용돼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본지에서는 전국의 일부 광역시에서 근현대가 얽힌 장소들이 어떻게 개발이 되고 있으며 지역민들의 관심은 어떤지에 대해 살펴봤다.

◆대구, 애국운동의 정신 담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이 담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 세워진 독립지사들의 흉상을 보며 그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박수란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가 함께 여자 몸으로…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된 도리에나 어찌 남녀가 다르리요.”

이 말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세워진 ‘국채보상운동 여성기념비’ 비문 중 일부로 남일동 부인회의 활약을 기념하고 있다.

구한말인 1907년 어려운 나라를 지키고자 대구에서 점화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애국운동인 국채보상운동. 나랏빚을 갚자며 시작된 이 운동은 빈부귀천, 남녀노소 전 국민이 참여한 운동이며 그중에서도 여성의 활약은 눈부셨다.

▲ 기념공원에 세워진 ‘국채보상운동 여성기념비’. /박수란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여성들은 비녀와 반지, 보석 등을 국채보상금으로 헌납하며 나라의 위기에 동참했다. 이것이 1997년 IMF 외환위기시 ‘금 모으기 운동’의 정신적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고 역사적인 뜻을 기리기 위해 대구의 중심가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1999년 12월 건립됐다. 이곳에는 그 당시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김광제․서상돈 독립지사의 흉상이 2007년, 운동 100주년을 맞아 세워졌다.

또한 공원 곳곳에는 낙락장송과 이팝나무, 산벚나무 등 30종 1만 2300여 그루의 수목과 갖가지 꽃들이 심어져 있다. 달구벌 대종도 있어 해마다 이곳에서 ‘제야의 종’ 타종식이 치러지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3일 대구시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공원 내에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을 건립하는 기공식을 가졌다.

2012년 7월에 완공되는 기념관은 국채보상운동 당시의 역사적인 사료를 전시해 청소년을 위한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가 담긴 이 공원에서 애국심을 느끼며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대전, 일제강점기 역사 간직한 충남도청사

▲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근대건축물인 충남도청사. 당시 건축기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강수경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에 따라 대전시와 전문가, 주민 등 현재 청사 건물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청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봐야 하기에 논의도 신중하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지어진 충남도청사는 근대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등록문화재 18호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어떻게 잘 보호하며 원도심을 살려내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는 이 자리에 국립근현대사박물관 건립이 포함됐지만 이에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부지 매각 문제에서 건물활용까지 사안들을 놓고 지역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자유선진당 김창수(대전 대덕구) 의원이 공개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용역 요약결과를 보면 문화예술상품 지원 공간과 대중문화산업 개발 공간, 문화예술숲 치유 공간으로 사용해 원도심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대전발전연구원 김흥태 책임연구원은 “상업시설이 들어서야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를 통해 예술을 통해 원도심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며 문화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문화산업진흥지구를 조성해도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전문화연대 김선건 공동대표도 이러한 골자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문화생태공원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지를 구입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어떤 사업이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상권을 총괄하는 중구문화예술의거리 상가번영회 장수현 회장은 부지 구입 문제와 맞물려 다른 견해를 보였다. 장 회장은 “서로 윈윈(win-win)해야 하는데 부지문제도 해결하고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있어 예술대학(단과)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부지 비용문제도 해결하고 도청이 이전으로 우려가 되는 주변 지역의 공동화 현상도 대학생이 오게 되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 같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대전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용역결과와 지역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용역조사를 다시 할 계획이어서 지역 전문가들과 주민들의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부산, 피난민의 삶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40계단’

▲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40계단. /정인선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하나, 둘, 셋, 넷…마흔’ 정말 40계단이다. 얼마 전 치러진 이산가족 상봉, 한국전쟁 당시 피난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로 유명했던 40계단을 오르며 당시의 역사와 삶의 애환이 담긴 피난민들의 삶을 되짚어 봤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40계단은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찾아든 피난민들이 이 계단 일대에 판자촌을 이뤄 밀집해 살았었고, 바로 앞 부두에서 들어오는 구호물자를 내다 파는 장터로 피난민들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현장이다.

40계단이 널리 알려진 것은 ‘40계단 층층대에 기대앉은 나그네’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 대중가요가 불리게 되면서부터다. 이 노래는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읊은 것.

당시만 하더라도 40계단에서 영도다리를 바라볼 수 있어 피난민들은 더러 40계단에 기대고 앉아 낮에는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달랬다. 밤에는 부산항 북항에 정박해 있는 숱한 배들이 휘황찬란하게 밝히고 있는 불빛을 내려다보면서 향수를 달랬다.

이렇게 60년 전 피난민들의 애환과 향수가 담겨있는 유서 깊은 40계단 주변은 50~60년대 분위기에 맞도록 재현해 오늘날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특색 있는 테마거리로 조성됐다.

또 40계단을 올라가면 40계단을 테마로 당시 피난살이를 했던 피난민들의 힘겨웠던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생활용품 등이 전시된 ‘40계단 문화관’이 있다.

문화관에 들어서자 한 중년의 남자가 60년 전 피난시절 사진과 물품을 바라보며 숨죽여 그날의 역사를 회상했다.

작지만 피난민들의 삶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었던 문화관을 나와 다시 40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6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의 역사를 간직하기 위해 테마거리를 조성해 놓고, 문화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길을 거닐고 있는 우리는 너무나 아픈 60년 전의 역사를 얼마나 가슴에 품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 부산 40계단 문화관에 전시된 한국전쟁 당시 물품들. /정인선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부산 중구에 있는 40계단 문화테마거리에 설치된 ‘아버지의 휴식’이라는 조형물. 힘든 노동에 지쳐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담았다. /정인선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광주, 개화기가 한눈에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 광주 양림동 양림산 일원에 조성될 역사문화마을 내 순교자공원 조감도. (자료제공: 광주시청)
광주지역의 개화기 선교유적 등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양림동 일대에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남구 양림동 일대 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을 문광부의 문화중심도시 종합계획에 반영됨에 따라 총사업비 307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8월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을 세우고 2008년 5월 기본계획 용역을 마친 뒤 2010년 2월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는 등 꾸준한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4월 12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관고아자원화 사업 기공식을 개최했다.

양림동 일대는 1900년 초 광주에 온 미국 선교사들의 선교활동 및 의료봉사활동, 사회복지활동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광주의 개화기 근대 유적지를 대표하는 곳이다.

또 백년 가까운 세월을 지낸 우윌슨선교사 사택, 오앤기념관 등 서양건축물과 수십 명의 순교자와 가족들의 사연이 담긴 양림동산도 사업에 함께 반영됐다.

더불어 수백 년 된 호랑가시나무가 있는 숲과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팽나무와 목백일홍, 왕벚나무 등이 있어 자연수목원으로 주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지역이다.

사업은 양림산 일원의 호남대, 수피아여고, 기독병원, 고가옥지대, 사직공원, 충현원, 문인들 거주지역 등 약 20만㎡에 순교자공원·관광편의시설·양림산~사직공원 연결 생태복원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사업을 통해 양림동 일대에는 유적지 주변정비, 역사관, 종합안내소, 탐방로, 쌈지공원, 주차장 등이 부대시설과 편의시설로 설치될 예정이다.

한편 시와 자치구는 광주지역 내 기독교 문화유적과 문화재가 보존된 양림동을 문화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시민과 학생들에게 광주의 개화기 역사와 문화재를 인식시키고 체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