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갈 소장 통해 미 정부에 메시지‥VOA 보도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2000년 합의된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존중하면 핵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이 최근 방북한 미국의 한반도전문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15∼18일 나흘간 평양을 방문한 리온 시갈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프로젝트 소장은 북한 고위 당국자들한테 이같은 메시지를 전해듣고 미 국무부와 한국, 일본의 관계 당국에 통보했다.

이들 북한 당국자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영변의 기존 핵시설 해체를 시작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도 중단해 되돌릴 수 있다"면서 "북한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미국과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시갈 소장은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 북한 당국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북한 당국자는 이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없어지면 우리는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 한반도 비핵화도 이룰 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라늄 농축 외에 불능화한 플루토늄 시설의 재가동도 추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시걸 소장은 덧붙였다.

시걸 소장은 또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우리가 보유한 것은 더 이상 핵장치가 아니라 핵탄두"라는 말도 들었다고 소개했으나, 이 `핵탄두'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한편 9∼13일 방북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고 돌아온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도 20일(현지시간) 이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방북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북미 공동 코뮈니케가 문제 해결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북미 공동 코뮈니케는 2000년 10월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으로, 상호 적대의사 철회, 경제 협력,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서로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조명록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11월6일 사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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