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규제 샌드박스가 보여주기식 규제완화여서는 안 된다
[IT 칼럼] 규제 샌드박스가 보여주기식 규제완화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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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급변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타 기술, 타 사업 간 융합으로 신기술 및 신산업이 출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온갖 규제로 신사업이나 신제품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가 신기술·신산업의 출현을 막는 일이 우리 경제 전반에서 만연하고 있다. 상업용 드론이 제대로 날지 못하고, 자율 주행차가 도로에서 달리지 못한다. 전 세계인들이 이용하는 공유경제가 우리 국민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원격의료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수출까지 하지만 정작 우리는 말도 못 꺼낸다.

다행히 신사업 추진에 최소 2년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의 첫 적용 대상이 선정됐다. 현재 규제개혁 4법 중 산업융합법과 ICT융합법은 올해 1월 17일부터 시행됐고 금융혁신법은 4월 1일, 지역특구법은 4월 17일 시행 예정이다. 산업융합법과 ICT융합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20건을 접수해 7건의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됐다. 혁신의 걸림돌을 제거해 규제개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출시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서 일단 사업을 시작하도록 임시 허가를 내준 후 관련 규제를 개선·정비하는 ‘선(先) 사업허용, 후(後) 법·제도정비’를 하는 제도다. 신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풀어주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가 있다. 이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산자부는 4개 사업에 규제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제 서울 도심 4곳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가 가능해졌다. 파리에는 에펠탑 바로 옆에 충전소가 있으나 현대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수소차를 수출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도심에선 충전소 설치가 불가했다. 마크로젠은 비(非)의료기관에 제한돼 있던 유전자 검사항목이 확대돼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버스에 LCD·LED 패널을 부착해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버스광고’도 허용됐다. ‘앱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 사업’은 기존에 플러그 형태 외에 일반 콘센트를 활용한 전기차·킥보드 충전 사업도 임시허가를 얻었다.

과기정통부도 3건 융합서비스에 대해 규제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휴이노와 고려대안암병원이 신청한 손목시계형 심전도 관리 장치에 나타난 데이터를 보고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안내하는 서비스가 임시 허용된다. 향후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고 비슷한 의료기기도 실증을 받으면 관련 기업들의 국내외 시장 진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KT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신청한 ‘행정·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는 임시허가를 부여받았다. 우편이 아닌 모바일 고지서를 도입할 경우 종이 절약은 물론이고 이용자 편의 개선으로 2년간 약 900억원 사회적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올리브헬스케어의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서비스’도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금융 분야 샌드박스법(금융혁신지원특별법)도 4월 1일이 되면 정식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과 동시에 심사해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첫 승인을 할 계획이다. 열흘간 진행된 사전 접수에는 총 88개 회사, 105개 사업 아이디어가 몰렸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과감한 규제혁신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대응할 수 없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낼 수 없고 경제 활력도 살아날 수 없다. 규제 샌드박스가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본격 가동으로 혁신성장의 기폭제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특례는 한시적 기간에 해당 기업에만 적용된다. 모든 기업이 혜택을 누리고 관련 산업 자체를 키우기 위해 근본적인 규제 개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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