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20년차 KBS 장수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이미 대중의 무관심에 익숙해졌다. 지난주 KBS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5.9%(닐슨코리아 제공)였으며, 동시간대 방영된 SBS 관찰예능 ‘미운우리새끼’는 20.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무려 4배나 많은 시청률을 보였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국 시청률 21%(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했던 개그콘서트는 최근 4~5%대를 오가며 대중의 관심 속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5년 전 많은 샐러리맨들이 월요일 출근 뒤 개그콘서트 개그맨이나 특정 코너, 소재, 유행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던 시절이 있었다. 시청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개콘’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밌고 웃음을 제공하는 아이콘이었고 코미디의 상징이었다. 당시 개콘의 개그맨들은 미래의 개그맨을 꿈꾸는 10대들의 우상이었으며, 개콘 개그맨이 되기 위해 학교 개그학과 학생들은 밤샘 연습을 하며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개그콘서트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일단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트렌드를 캐치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코너가 등장해도 기존 것과 흡사하거나 같은 패턴의 연속이었다. 소재와 서사의 한계에 직면한 개그맨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슬랩스틱이나 외형을 활용한 웃음 주기에 바쁘다. 5년 전 개콘을 주도해 높은 시청률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김준호, 김대희, 신봉선 등 베테랑 개그맨들이 다시 나온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기존같이 웃어주고 박수를 치는 게 아니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딜레마는 공중파 공개코미디라 코미디를 하고 웃음을 주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특히 가족이 모두 시청할 수 있는 일요일 오후 9시대에 제한된 소재와 짜여진 말투와 화법, 반복된 이미지와 플롯으로 웃기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영화 ‘극한직업’에 국민이 열광한 이유를 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사람들은 현대인들이 공감하는 대사와 상황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크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와 조금 억지가 있어도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개그를 원한다. 사람들이 내뱉고 싶은 맛깔난 말을 대신 해주는 수다스러운 코미디를 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솔직한 콘텐츠를 좋아한다. 짜여진 각본이 아닌 리얼을 추구하고 프로그램에서 주인공들이 곤혹스러워하고 당혹해하며 “나도 저랬었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토리에 채널을 고정한다.

개콘은 이제 외모로 웃기려고 하고 뻔하고 진부한 클리셰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고 삶에 지쳐있는 20대, 서민, 자영업자 등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대사, 트렌드를 파악하고 억지스러운 웃음을 개혁해야 한다. “더 이상 웃기지 않는다”는 현재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20년째 같은 포맷으로 진행하는 끝을 알리는 밴드 연주부터 커트하고 개그맨들의 세대교체부터 이뤄져야 한다. 방송 편성대를 변경해서라도 요즘 젊은층이 선호하는 다소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코너에 넣는 것도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불어 5060 세대들이 과거 추억에 심취할 수 있는 소재, 현재 그들이 처한 모습들을 조명해 맛깔난 대사로 풀어헤치는 코너들도 등장해야 한다. 시간은 2020년을 향해 달려가며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들은 SNS와 종편채널을 통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개콘은 여전히 10년 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움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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