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고인이 된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는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결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인물이다. 반면 그는 북한 주체사상의 1인자로 김정일의 신뢰를 받으며 60년대부터 30여 년간 세계를 돌면서 북한 체제 수호에 최선을 다해온 핵심 지도층이기도 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황장엽 선생만큼 북한을 잘 아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개정판인 이번 회고록에서 황 씨는 북한 세습체제의 실상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선생은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는 북한의 실상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독재체제로 인해 생성된 산물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는 회고한다.

“북한이 겪은 전대미문의 민생고는 바로 수령절대주의의 산물이며 김정일의 개인독재가 나라살림을 이 지경으로 망쳐놓은 것이다. 인민들이 무더기로 굶어죽는 참상을 목도하면서, 나는 수령절대주의란 한낱 수령의 철저한 이기주의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체험했다.”

황 선생이 진단하는 북한의 최대 문제는 일인독재-봉건주의 사상이 북한 사회에 만연한 나머지 인민들을 소모품처럼 다룬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주의를 배격하고 인민을 위한 새로운 주체사상을 닦은 황 선생은 자신의 주체사상을 독재수단으로 악용하는 김정일을 보며 절규한다.

김일성 사망 때는 심지어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이 “왜 눈물을 흘리지 않느냐”고 핀잔을 줬던 기억을 떠올리며, 황 선생은 김정일을 보잘 것 없는 독재자로 폄하한다.

회고록은 김일성-김정일 세습 체제에서 발생했던 북한 내 권력구도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신념을 펼치지 못했던 지식인의 고뇌와 가족과의 생이별이 아픔을 환기시킨다.

황장엽 지음 / 시대정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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