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동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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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현배 시인, 역사 칼럼니스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1925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미국 테네시 주 데이턴 시에 있는 어느 잡화점에는 다섯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시민 단체인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의 회원들이었다.

라펠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 3월에 테네시 주 의회에서 학교 수업 시간에 진화론 가르치는 것을 금한다는 법이 통과되었어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부인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되고요.”

잡화점 주인인 로빈슨이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법을 만들어 통과시킵니까? 중세 때라면 또 몰라요. 과학의 시대를 사는 20세기에 이런 법이 버젓이 존재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구경만 할 수 없어요. 법정에서 투쟁을 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이 물었다.

“법정에서 투쟁을 하겠다면 어떤 절차를 밟겠다는 거죠?”

로빈슨이 대답했다.

“학교 선생님에게 수업 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치게 하는 거지요. 그럼 법을 어겼으니 재판을 받게 될 테고, 그때 이 법이 폐지되도록 법정 투쟁을 하는 겁니다.”

라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 법정에서 세기의 드라마가 펼쳐지겠어요.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킬 거예요.”

이들은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교사를 물색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과학 교사이자 미식축구 감독인 존 토머스 스콥스를 섭외했다.

스콥스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진화론을 가르쳐 재판을 받기로 마음을 정했다.

얼마 뒤, 스콥스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생물 시간에 진화론을 강의했다.

칠판에 원숭이 그림을 걸어 놓고 설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진화론을 주장한 학자는 찰스 다윈입니다. 그는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여러분 눈앞에 있는 이 원숭이 같은 포유류에서 진화했다고 했지요.”

스콥스는 첫날 생물 시간에 진화론을 강의하고는 그 다음 날 생물 시간에도 진화론을 강의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진화론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지난 3월에 테네시 주 의회에서 학교 수업 시간에 진화론 가르치는 것을 금한다는 법이 통과되었어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부인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되고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지난 3월에 테네시 주 의회에서 학교 수업 시간에 진화론 가르치는 것을 금한다는 법이 통과되었어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부인하는 어떤 이론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되고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그러나 스콥스는 그날 수업 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 갑자기 교실에 불청객이 들이닥치더니 사진을 찍고 체포 영장을 내미는 것이다.

“스콥스 씨, 진화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겼으므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스콥스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에서는 스콥스를 변호하려고 변호사 클라렌스 대로를 내세웠다. 대로는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변호사로 손꼽히는 인물로, 무료로 변론을 맡았다.

검찰 측 대표는 외무장관을 지냈고 대통령 선거에 세 차례나 출마했던 윌리엄 제니스 브라이언이었다. 그는 변호사로도 유명했으며 진화론에 대해 강한 증오심을 지닌 독실한 신앙인이었다.

이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전국의 신문들은 ‘원숭이 재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크게 싣고 취재를 위해 데이턴 시로 기자들을 보냈다.

재판이 열린 것은 1925년 7월 10일이었다. 데이턴 법원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 들었으며, 미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라디오 전국 중계를 했다. 그리고 65명의 전신 교환수들이 수많은 기사를 세계 곳곳으로 보냈다. 그야말로 이 재판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재판이 열리던 때는 무더위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한여름이었다. 낮 기온은 거의 40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점잖은 판사들도 법복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아 있을 정도였다.

법정의 열기는 뜨거웠다. 첫날은 700석 정원의 방청석에 900여명이 모여 들었으며, 둘째 날에는 무려 5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법원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라울스턴 판사는 법원 건물 앞 잔디밭으로 옮겨 법정 심문을 계속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숭이 재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첫날, 브라이언이 심문을 했다.

“피고인 스콥스는 신을 모독하고 법을 어겼습니다. 또한 허무맹랑한 이론인 진화론을 성스러운 교육 현장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입니다.”

이어서 대로가 반대 심문을 했다.

“스콥스가 신을 모독했다고요? 그 증거는 불확실합니다. 스콥스가 법을 어겼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진화론이 성경에 위배되는지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는 성경과 진화론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로는 진화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래서 재판장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재판장님, 진화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진화론을 연구한 학자와 교수 등 전문가의 증언을 듣게 해 주십시오. 전문가 증인을 신청합니다.”

그러자 브라이언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한 증인은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 이 책을 보십시오.”

브라이언은 스콥스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과학책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자, 여기에 무슨 그림이 있습니까? 사람이 포유류 동물과 같이 있는 그림이지요? 진화론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어째서 사람을 사자·호랑이 따위의 동물들과 같은 집단에 넣는단 말입니까? 성경이 뜻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브라이언이 반대하자 라울스턴 판사는 대로의 전문가 증인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로는 맹렬히 항의했다.

“재판장님, 왜 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너무하십니다.”

라울스턴 판사는 대로가 물러서지 않고 계속 항의하자, 법정 모독죄로 벌금 5000달러를 선고했다. 이리하여 피고 측은 전문가를 법정에 세워 진화론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던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라울스턴 판사에게 전문가 증인 신청을 거부당하자 대로는 전략을 바꾸었다. 다음 날 법원 건물 앞 잔디밭으로 옮겨 재판을 진행할 때, 브라이언을 성경에 관한 전문가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그는 진화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잃었지만, 그 대신 브라이언을 증인으로 내세워 성경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속셈이었다.

브라이언이 이 요구를 받아들여 증언대에 섰다. 대로는 브라이언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대로: 브라이언 씨, 당신은 성경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셨지요?

브라이언: 남들만큼 했다고 자부합니다.

대로: 당신은 성경에 있는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믿으십니까?

브라이언: 성경에 있는 모든 내용은 거기 있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로: 그럼 요나가 고래에 삼키웠다는 내용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브라이언: 나는 큰 물고기가 요나를 삼키었다고 읽었습니다. 고래가 아니었습니다.

대로: 그런가요? 좋습니다. 큰 물고기가 요나를 삼키었고, 거기서 요나는 사흘 동안 있었으며, 큰 물고기가 그를 땅 위로 토해냈다. 이런 내용인데 당신은 큰 물고기가 요나를 삼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으십니까?

브라이언: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성경이 그렇다고 하는 것이죠.

대로: 그 물고기는 보통 물고기인지, 요나를 위해 만든 물고기인지 모른다는 말이군요?

브라이언: 마음대로 추측하십시오. 진화론자들은 추측을 잘하는 사람들이니….

대로: 당신은 그 물고기가 사람을 삼키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는지 말할 준비가 안 되어 있군요?

브라이언: 성경이 말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말하지 않습니다.

대로: 그럼 하느님이 그 물고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믿으시겠죠?

브라이언: 물론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하나의 기적을 믿으면 또 다른 기적을 믿는 것이 아주 쉽습니다.

대로: 똑같이 어렵지 않고요?

브라이언: 당신에게는 어렵겠지만 나에게는 쉽습니다. 기적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행해지는 것이지요.

대로는 브라이언에게 성경에 대해 별의별 질문을 다 했다. ‘세상이 정말 6일 만에 창조되었느냐?’, ‘하느님이 낮과 밤을 만들기 전에 세상은 낮이었느냐, 밤이었느냐?’, ‘뱀이 하느님에게 저주를 받아 배로 땅을 기어 다니라고 하기 전에 꼬리로 걸어 다녔는가?’, ‘하와가 창조되기 전에는 이 세상에 여자가 없었는데, 카인은 어디에서 아내를 얻었느냐?’ 등등…. 브라이언은 어려운 질문을 받아도 자기가 아는 대로 성실히 대답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창조론을 믿는지 또는 진화론을 믿는지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지 않겠는가? 브라이언과 대로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토론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재판은 오직 스콥스가 테네시 주에서 법으로 금하는 진화론을 가르쳤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재판이었다. 따라서 스콥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인정하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 재판은 배심원들에 의한 재판이었다. 배심원단은 피고인의 유죄 판결을 내렸고, 재판장은 스콥스에게 1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지만 나중에 대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 법은 1967년에 폐지되었다.

재판은 오직 스콥스가 테네시 주에서 법으로 금하는 진화론을 가르쳤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재판이었다. 따라서 스콥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인정하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재판은 오직 스콥스가 테네시 주에서 법으로 금하는 진화론을 가르쳤는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재판이었다. 따라서 스콥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인정하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2.24

◆ “‘원숭이 재판’에 참여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미국 테네시 주에서 금하는 진화론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다는 죄로 재판을 받은 존 토머스 스콥스는 당시 24세의 젊은이였다. 그는 학교를 그만둔 뒤 시카고 대학에 진학해 지리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걸프 유전 회사에 들어가 일했으며, 1940년부터 1963년까지 루이지애나 슈리브포트에 있는 미국 가스 공사에서 근무했다.

재판에서 스콥스를 변호했던 클라렌스 대로는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변호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빈민이나 노동자 계층을 위해 변호를 많이 했다.

검찰 측 대표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외무장관을 지낸 변호사로, 대통령 선거에 세 차례나 출마했다. 대로와 브라이언은 재판에서 만나 불꽃 튀는 대결을 벌였지만 두 사람은 재판이 있기 전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브라이언이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대로는 노동자 계층에게 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여 브라이언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브라이언은 스콥스 재판이 끝난 지 닷새 뒤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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