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한다. 요즈음 정치권의 대변인 성명이나 국회의원의 기자회견 내용,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사건관련 브리핑, 방송진행자의 어투, 문화·예술·스포츠계의 논평 등에서 저급한 막말이나 독설적 표현을 자주 접한다. 방송가나 정치권의 언어구사는 국민 또는 시청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므로 언어순화를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국내 정치권은 물론이고 필리핀의 두테르테,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등 외국의 정치지도자 중에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고 처연함을 느낀다. 

듣기만 해도 섬찟해 거부반응이 드는 파멸, 저주, 음모, 배신, 협작, 공갈, 무고, 음해, 투서, 반목, 이반, 불신, 질투, 위선, 역린, 성폭력, 성희롱 등의 용어가 방송을 통해서 별 죄의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 그 반향은 실로 크다. 국민은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특히 정치권의 황당한 비속어 사용과 조롱하듯 비천한 표현을 막무가내로 발설하고 그것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생산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로 포장하면 그건 법정신에 반하는 해석이다. 오래 전 얘기지만 여·야당의 대변인이 서로 문학작품이나 예술세계에서 받은 영감(?)을 잘 포장해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공격과 방어의 고상한 비유적 표현을 쓰면서도 언중유골의 의미심장한 암시적 내용을 다 전달하는 멋진 대변인 성명전을 펼치며 국민의 사랑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딱딱한 꼬챙이와 호리호리한 회초리 중에 어느 것이 진정 강할까? 강한 것처럼 보이나 약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듯 강한 것이 있다. 유연하고 유려한 어법으로 포장된 명확한 메시지로 그 진정한 뜻을 전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고성과 폭언 대신 논리적이고 부드러운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진 정치인의 고품격의 언어구사력이 절실하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과격한 언행으로 몰아부쳐서 억지로라도 자기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인이 생존할 수 있는 여의도 정치생태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엉터리 여의도 문법(?)은 계속해 정치권 신뢰와 신용을 침몰시키면서도 기생숙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방송언어의 순화를 위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방송은 지상파·종편 등 156개사가 난립돼 방송의 정도를 걷기보다는 어떻게 하든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금도를 넘는 진행자의 멘트가 횡행해 시청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일쑤이다. 특히 방송용어로는 적합하지 않은 동물에게나 사용하는 언어나 지체장애를 암시하는 표현을 남발하는 등 비속어로 덧칠한 방송프로는 시청자의 심리적 혼동을 유발한다. 방송의 대사회적 기능을 염두에 둔 방송언어의 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일제잔재적 용어사용이나 폭력성 표현 등은 인간의 정서를 메마르게 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맑고 밝고 향기로운 세상을 위한 언어의 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향기로운 언어, 영혼이 숨쉬는 언어, 아름다운 언어생활을 통해 인간 내면의 삶 자체가 부요롭고 풍성하게 될 것이다. 언어는 그 자체가 예술이다. 정치권에도 방송에서도 기업현장에서도 아름다운 말이 세상을 밝히고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 말 같지 않은 말은 하지도 말자. 말 속에서 사랑이, 평화가, 믿음이 쌓이므로, 단지 지식으로 말하지 말고, 오직 지혜로 말하자. 예쁜 말은 삶 속의 생명이요 영혼이며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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