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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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이렇게 아주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거야.” 그러게요.  우리가 존재하는 이 순간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가 금세 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건축가 남편을 두면 멀쩡한 집에 살기는 힘든 것인지….” 건축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영화 미래의 미라이는 건축가가 직접 지은 집의 가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초현실적인 공간 구조로 보여줍니다. 

우리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확대해 보여줍니다. 아이의 눈에 공간이란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실과 놀이방에서의 불편한 감정들이 중정이나 마당에 펼쳐지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됩니다. 

중정에 자리한 큰 나무 한 그루가 상상을 배가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도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서 추억을 연결시킬 수 있는 나무가 있다면 나무와 연결된 나뭇잎 사이 햇살과 그늘, 마른 가지 등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번식시킵니다. 

아이는 세상이 그저 낯설고 새롭지만 이미 다 자라 어른이 된 아이는 모든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건축가가 지은 집은 새로운 상상력을 주는 공간이 즐거운 곳이 아니라 힘들기만 한 공간이 되고 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불편한 집이라는 인상으로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탁 트인 공간보다는 상상할 수 있게 위요감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자신의 상상력을 담아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사방이 개방적이라면 접시에 담아둔 물도 금세 흘러내리듯, 공간도 개방감만 있는 것보다는 위요감이 있을 때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미라이의 집은 주차장에서부터 침실까지 공간들이 단계별로 오르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주차장, 게스트룸 또는 놀이방을 지나 거실과 주방이, 다시 또 오르면 가족실 그리고 침실과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는 공간인 모양입니다. 점진적으로 올라가며 뒤를 돌아보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거실의 창을 통해서 중정이 보이고 남향으로는 훤히 빛이 들어오고 게스트룸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중정의 나무는 아이가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아이 혼자 오롯이 숨어 상상력을 키우는 공간이지만 가족이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어른이 돼서도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집의 구조가 신선한 공간으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건축가의 또 다른 역할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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