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밝은 표정의 김 위원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정은 뒷편), 오른쪽으로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의 환송을 받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9.2.2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사진은 밝은 표정의 김 위원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정은 뒷편), 오른쪽으로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의 환송을 받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19.2.24

베이징 안 거치고 광저우 향해

中·베 개혁·개방 직접 볼 기회

中정책 연계 대륙횡단 보이려

김여정 동행·리설주 명단 없어

트럼프, 베트남 26일 도착예상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시간 하늘길 대신 60시간의 열차 강행군을 선택했다.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특수 제작한 전용 열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택한 이유로는 개혁․개방을 이룬 중국과 베트남의 구석구석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점과 중국과 함께 대륙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전날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 편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동행하는 명단으로는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호명되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곧 베트남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며 양측 최고지도자들의 회담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통신에선 평양역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당․군 간부들이 나와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열차에 올라 손을 흔드는 모습이 실렸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 소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됐다.

아직 김 위원장의 이동경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처럼 광저우(廣州) 등 중국지역에서 항공편으로 환승할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정황으로 볼 때는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26일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 랑선성 동단역에 도착해 승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계속 이용할 경우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약 4500㎞의 먼 길을 60시간 이상 달리는 강행군을 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중국과 베트남의 도시와 지방 등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지방도시와 미국과 관계 개선 후 성장한 베트남 도시들을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가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도 맞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명절인 춘절을 맞아 열차 이용이 많은 시기에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민 통제가 불가피한 김 위원장의 열차 횡단을 용인한 것은 북한과 중국이 철도를 통한 대륙연결 등을 과시하며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성과 편의성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장갑차를 능가하는 방탄차인 데다가 위성추적도 피하고 최첨단 통신시설과 침실, 집무실, 연회실 등이 모두 갖춰진 움직이는 집무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는 이날 베이징(北京)으로 향하지 않고 톈진(天津)을 통과해 곧바로 광저우를 향해 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때에는 회담 전후로 시진핑 주석과 만나 혈맹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회담 직전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베이징을 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미국 현지시간) 하노이를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6~28일 베트남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것을 봤을 때 시차와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이날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길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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