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고농축 기술 확보..우라늄탄 가시권"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의 핵 전문가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과 관련, 안보 및 핵공학 전문가들은 22일 북한이 고농축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북한이 지난 2002년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있다고 미국에 통보한데 이어 작년 9월에는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공언한 것으로 미뤄 고농축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농축시설을 가동한 상태라면 조기에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김태우 국방현안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농축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다"며 "북한의 고농축 연구개발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IDA의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1998년부터 플루토늄 핵개발이 동결되면서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에 집착, 실제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미국의 핵 전문가에게 보여준 농축시설의 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속성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KIDA의 권양주 국방전문위원은 "시설만 제대로 구비됐다면 고농축 우라늄을 다량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그런 (양산)기술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더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북한에 원심분리기가 수십개나 100개 정도 있을 것으로 봤는데 (2천개가) 사실이라면 예상보다 진척된 것"이라며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만들 수 있다면 수천개, 수만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확보했다면 우라늄탄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연우라늄을 질산에 녹인 뒤 도자기를 굽듯 열을 가하면 '옐로 케이크'라는 우라늄과 산소가 결합한 고체물질이 만들어지며 그 뒤 산소를 불소로 바꿔 육불화우라늄(UF6)을 만들어 낸다.

우라늄(U)에 불소(F) 원자가 6개 붙어 있는 화합물인 UF6을 섭씨 80~90도로 가열하면 기체가 되는데 이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키면 질량에 따라 U-235와 U-238이 분리된다.

이 중 U-235를 3~5% 수준으로 농축하면 핵발전소의 연료가 되고 90% 이상 농축하면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이은철 교수는 "우라늄탄은 농축우라늄만 있으면 가능하다. 문제는 폭발을 원하는 장소에서 짧은 시간에 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폭발시키는 고폭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원심분리기가 선진국 수준이라면 1천개 보유당 1년에 10㎏을 생산할 수 있다"며 "2천개라면 1년에 1~2개 정도의 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우라늄탄 개발시기와 관련,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지금부터 핵 프로그램은 김정은 승계구도와 맞물려 있는데 승계구도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승계구도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우 국방현안연구위원은 "우라늄탄 기술연구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 고농축 우라늄이 생산되면 핵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가는 수순이며 우라늄 농축도 그 수순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군당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 및 가동 여부에 대해 "군사적으로 관측되지 않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우라늄 농축시설은) 군사정보 수단으로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 시설이 공개됐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의 핵 활동 동향을 주시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활동을 군사적으로 감지하는 데는 대기분석용 특수정찰기인 WC-135W와 적외선 열감지센서가 장착된 첩보위성, 인적정보망(HUMINT) 등이 동원된다.

이런 첩보수단을 통해 대기 중이 UF6, 주요 핵시설 의심 지역에서의 고열 감지, 원심분리기 모터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필요한 주파수 변환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신호 등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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