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의 장송곡 시위에 참다못한 인근 주민들이 지난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성기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의 장송곡 시위에 참다못한 인근 주민들이 지난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성기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진주시 “최저임금 보장한 적 없어”

삼성교통 “최저임금은 ‘강행법규’”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 시내버스 파업사태가 진주시-삼성교통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벼랑 끝 대치로 이어지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고통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삼성교통은 전면파업 돌입 후 수차례 시에게 대화를 제안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려 했다. 그럴 때마다 시는 “파업 철회가 없으면 대화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교통은 최근 보름 간 장송곡 상여소리를 대형 스피커를 통해 70㏈ 이상으로 내보내면서 인근에 있는 일반 시민들의 삶을 괴롭히고 있다.

참다못한 자유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도 나서 지난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송곡 확성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 노조가 지난 20일 시청 앞에서 장송곡 상여소리, 투쟁가 등을 크게 들어놓고 시위하고 있다.이들은 대형 스피커를 차량에 설치해 장송곡 상여소리 등을 70㏈ 이상으로 내보내면서 인근에 있는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 노조가 지난 20일 시청 앞에서 장송곡 상여소리, 투쟁가 등을 크게 들어놓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를 차량에 설치해 장송곡 상여소리 등을 70㏈ 이상으로 내보내면서 인근에 있는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이들은 “온종일 송출되는 상여소리로 환청 들리고 우울증도 걸릴 지경”이라며 “집에 들어가면 장송곡 듣고 온 애들이 ‘어이고 어어야’를 따라 불러 미칠 노릇”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주민 B씨는 “주변 임산부들도 많은데 아침 7~8시부터 장송곡을 튼다”며 “어른들도 곡소리 들으면 그때의 슬픈 감정이 올라와 울컥하는데 임산부들이 태교가 되겠나"고 하소연했다.

상인 A씨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장송곡 소리까지 더해져 장사가 안 된다”며 “예전엔 하루 50만원 이상 벌었다면 지금은 20만원으로 줄었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진주시는 총파업 당일부터 하루에만 시민 혈세 8000여만원에 달하는 전세 관광버스 100대를 투입하고 있다. 전세버스는 버스정보시스템이 연계되지 않고 앞문만 있어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혈세 낭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제208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열린 지난 18일 류재수 의원이 시정에 대한 질문 자리에서 조규일 진주시장에게 삼성교통 파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제208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열린 지난 18일 류재수 의원이 시정에 대한 질문 자리에서 조규일 진주시장에게 삼성교통 파업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3

대중교통팀 시 관계자는 “전세버스 임차료를 단순히 낭비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원인제공은 삼성교통이 한 것으로 파업을 철회하면 내일이라도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라며 “시민들을 위해 시에서 삼성교통 대신 버스를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교통 관계자는 “전세 관광버스로 한 달 약 23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월 1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면 될 것을 시에서는 23억원 투입해서라도 최저시급을 맞춰 줄 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월 1억을 더 달라는 말은 지난해 삼성교통의 경영부실로 인한 적자 12억을 세금으로 지원해 달라는 말”이라며 “이미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지난 2016년 85억에서 올해 182억으로 100억 가까이 늘었다. 이런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면 세금 감당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진주시가 시내버스업체 4개사에 지원하는 표준운송원가도 마찬가지다. 이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 노조 가족들이 지난 12일 시청에서 조규일 진주시장에게 ‘최저임금 보장’과 ‘대화의 자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삼성교통 노조 가족들이 지난 12일 시청에서 조규일 진주시장에게 ‘최저임금 보장’과 ‘대화의 자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조규일 시장은 지난 18일 진행된 시의회 본회의에서 “버스 4개사와 합의를 거쳐 지난 2017년 노선개편을 도입한 당시 ‘최저임금 보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며 “게다가 진주시가 고용주, 운송업체가 고용인이 아니므로 최저임금은 버스업체 내부 문제다. 시에서 논의할 부분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경규 삼성교통 대표는 “공공기관인 진주시가 노선개편으로 제도를 도입할 때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시내버스 요금 자체가 임금 전망에 따라 산정되는데 운송회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있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는 공공질서에 반하므로 무효라는 법은 기본적이고 강제적인 법”이라며 “버스개편에 합의가 있었다하더라도 최저임금제라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표준운송원가는 무효”라고 맞섰다.

지난 18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 질의에 나선 류재수 의원은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올해 10.9% 올라 2년간 29.1% 급등했는데 시에서는 표준운송원가를 연 3%만 인상하겠다고 한다”며 “운송업체들이 최저임금을 못 맞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삼성교통 노조의 거리행진에 시 공무원들 수백명이 내려와 입구를 걸어 잠그고 시청을 방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오후 삼성교통 노조의 거리행진에 시 공무원들 수백명이 내려와 입구를 걸어 잠그고 시청을 방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0

이에 조 시장은 “차후 인상분에 대해서는 파업을 풀면 충분히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다만 어떤 지원을 하더라도 각사가 자기 경영을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경영진의 책임이지 시의 책임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파업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 피해는 버스 이용자인 애꿎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시의회는 파업사태 해결과 대중교통체계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다음주 의장단 논의를 거쳐 의원들 서명이 과반이 되면 오는 3월 임시회에 특위 구성의 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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