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망명을 신청하며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탈리아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20일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해 말 망명을 신청하며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탈리아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20일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집에 홀로 남은 딸, 부모 증오 北 가길 원해”
이탈리아 현지에선 강제 북송·납치 의혹 논란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해 11월 북한 귀임을 앞두고 돌연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후임이 논란이 되는 조성길 미성년 딸의 북한 송환에 대해 입을 열었다.

22일(현지시간) 뉴스통신 ANSA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성길의 후임으로 이탈리아에 부임한 김천 대사대리는 오스발도 나폴리 이탈리아-북한 친선의회그룹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성길 잠적 후 그의 딸을 북한 정보요원들이 납치해 강제로 북한으로 보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17세로 고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AP통신 등은 조성길의 미성년 딸이 북으로 송환됐다는 소식을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지난해 12월 5일 통지문을 보내와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11월 10일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했다”며 “북한 측은 조 전 대사대리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기 위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으며 대사관 여직원과 동행해 돌아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일각에서 미성년자인 조성길의 딸을 두고 북한 정보요원의 개입에 의한 납치 의혹까지 제기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조성길의 딸이 만약 일각의 주장처럼 강제로 송환됐거나, 북한 정보요원들의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인권 침해와 주권 훼손에 해당한다는 반응을 보이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사대리는 편지에서 “조성길의 딸은 잠적한 조성길 부부에 의해 집에 홀로 남겨졌기 때문에 부모를 증오했고, 조부모에게 돌아가기 위해 평양에 가길 원했다”며 “조성길의 딸은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제 북송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천 대사대리는 “남한에서 제기한 ‘납치설’은 이탈리아와 북한의 관계를 훼방 놓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로마의 대테러정보경찰(DIGOS)이 조성길의 딸 강제북한 송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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