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대담

 

"美, 동창리·풍계리 사찰과 영변핵 폐기에 플러스알파 원해"
스몰딜 회의론엔 "트럼프, 이전 대통령보다 북핵성적 좋아"
"지금은 '한반도 평화' 남·북·미 모두 동시에 지지하는 시기"

 

北비핵화 진정성 "재작년 '화염·분노' 북핵위기 완전반전돼"
美 제재완화 가능성 시사…"제재 약간 풀어주고 비핵화 견인"
트로이목마 교훈처럼 안보 중요…"강력한 안보 뒷받침 공감"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비핵화 실행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을 넘어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해 일정 시점에서 신고·폐기·검증’이 북미회담 합의문에 포함되면 충분한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상면 본지 대표이사의 사회로 22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천지팟’ 대담에 출연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면 미국은 상응조치로 ‘제재완화’를 내놓을 만족할 만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이동편은… “철도+항공 이용 예상해”

먼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항공편을 이용할지 철도편을 이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철도 근처에 있는 중롄호텔은 이날 오전부터 예약이 취소됐고 23~24일에는 투숙객을 안 받는다고 전해졌다.

홍현익 실장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를 이용하고 하노이에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등 열차와 항공기를 부분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전·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또 북한의 개혁·개방을 대비해 중국 광저우나 베트남 현지를 시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핵심의제는… “영변핵·나머지핵 신고·폐기 약속”

특히 북미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공동선언문에 담길 의제다.

홍 실장은 “절반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약속한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과 풍계리 핵 시험장 파괴 이후 미국 등 국제 참관단의 사찰 일정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 회담에서 약속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은 200개가 넘고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시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를 파괴·검증할 것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전까지 이러한 핵심의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홍 실장은 “비건 대표와 김혁철 대표 간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뿐 아니라 ‘플러스알파’로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신고·폐기를 일정 시점에 하겠다고만 해도 큰 성과를 이루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는 ‘제재완화’까지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의 해제, 북미 관계정상화 첫 단계로 연락사무소 설치와 7~8명의 연락관 배치, 일정수준 합의가 되면 종전선언 협상개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부분완화 등이 언급될 수 있다고 홍 실장은 예상했다.

◆스몰딜 회의론에… “역대 대통령보다 나아”

이상면 대표는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스몰딜(작은 합의)’이냐 ‘빅딜(큰 합의)’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 의장이 한국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실장은 “트럼프 대북협상을 비판하려는 사람들이 북한의 일부 핵만 폐기하는 스몰딜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북핵문제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적이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상당히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1년 이상의 핵·미사일 실험을 못하게 됐고, 미국의 인질 3명을 아무 대가 없이 풀어줬으며, 미군 유해송환도 했고, 장거리 미사일도 해체했다”며 “미국이 준 것이 없는데도 이런 것을 했다”고 꼽았다.

홍 실장은 또한 지금처럼 남·북·미 3국의 지도자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동시에 지지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에는 대북강경파인 조지 부시 행정부였고,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는 오히려 우리 정부가 강경한 정책을 펼치는 등 엇박자였다”고 말했다.

◆北비핵화 진정성은… “재작년 위협 사라져”

이 대표는 “북미 간 협상이지만 사실상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우리인 만큼 비핵화 협상 진전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확실히 한다는 것을 어떻게 단정할 수 있냐”며 지적했다.

홍 실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과 결렬은 이번 회담에 달렸다”면서 “재작년 상황만 보더라도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발사를 했고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라고 당장이라도 북한에 가격을 가할 것처럼 했지만, 현재 한반도 정세는 남북관계가 긴장완화를 제도화하는 성과를 보였다”고 반박했다.

또한 홍 실장은 “그동안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 등을 대할 때 핵을 포기하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비쳐온 점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설명하며 북한에 신뢰를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도 한 열린 사람이라는 점과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이뤄야 하는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신뢰를 얻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제재완화 가능성 언급 의미는… “비핵화 견인”

이 대표는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해오다가 최근 동유럽 순방 중에는 ‘제재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는데 어떤 의미가 내포됐다고 보나” 물었다.

홍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제재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전적인 목표’라고 말한 것은 그동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에 제재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것과는 달리 제재를 조금 풀어주는 것을 적극 활용해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를 풀어주고 싶은데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제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美 ‘北 WMD 동결’ 발언 의미는… “진작에 나왔어야”

이 대표는 “최근 WMD(대량살상무기)까지 동결해야 한다는 고위공직자 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지원 얘기가 나온다. 협상력을 높이려는 몸부림인가”라고 물었다.

홍 실장은 “WMD 동결 등은 미국 당국자로서 당연히 말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이런 말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WMD 중단 등과 같은 구체적인 합의가 없어서 북한의 미사일 공장은 계속 돌아갔던 것”이라며 “이제라도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플러스알파로 이런 시설의 동결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라미·트로이목마’의 교훈… “안보 위에 평화”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살라미’와 ‘트로이목마’의 유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이 평화 분위기 속에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홍 실장은 “한반도 프로세스는 유지해야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길이 멀기 때문에 의지와 열정, 노력을 하면서도 북한이 언제든지 우리를 침략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안보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폄훼하는 자세를 취하는데 진전이 크지 않더라도 핵무기 20%씩을 점차적으로 줄여간다고 할 때 비판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상면 본지 대표이사의 사회로 22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천지팟’ 대담에 출연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상면 본지 대표이사의 사회로 22일 오후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된 ‘천지팟’ 대담에 출연한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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