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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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대학생 취업 의식 조사… 69.7% “취업 스트레스 받아”

교회, 취업 지원보단 봉사 강요하기도 “일하다 지쳐 떠나”

“교회 내 기업가 등 실질적 ‘취업 멘토’ 있어… 도울 방안 많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모태신앙으로 10년 동안 서울 외곽 한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 중고등부 섬김이, 청년부 임원 등 각종 사역에 봉사해 온 최지민(가명, 29, 여)씨는 대학 졸업 후에도 4년간이나 취업하지 못하고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사역을 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건 당연했다.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교회 담임 목사님께 상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목사님의 말은 “교회에 충성하고 봉사하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 “하고 있는 봉사에 일단 매진하라”란 말뿐이었다.

최씨는 “취업이나 경제적인 부담감은 점점 커지는데 교회에서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해 답답했다”며 “그냥 이대로 교회 사역을 해야 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만 커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교회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 청년들은 취업과 관련해 교회의 도움이나 조언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가 청년들의 신앙뿐 아니라 청년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취업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개척교회 등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최근 여론조사업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기독 대학생 891명을 대상으로 취업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7%는 취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888명)의 8.7%(77명)만이 교회의 취업 지원을 받아 봤다고 답했다. 교회 지인을 통한 취업 지원까지 합한 결과다. 순수 교회 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받은 이는 불과 14명뿐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회가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다수 교회가 청년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는데다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취업 지원에 있어 어느 영역까지 도움을 줘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전체 891명 중 656명으로 많았다. 이는 청년들이 교회가 취업 문제를 다뤄줬으면 바란다는 염원의 방증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교회의 취업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다수 교회에서는 취업한 청년들보다 교회 내 일을 도울 수 있는 청년 봉사자들이 필요한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교회에서는 청년들에게 취업을 지원하기보단 교회 내 봉사를 강요하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경기 양주시의 한 교회에 다니는 김현아(가명, 23, 여)씨는 담임목사로부터 “대기업에 가지 못할 바엔 차라리 교회에서 일이나 하는 게 낫다”며 취업 대신 교회 업무를 권유받고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학력단절 등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일부 청년들은 목사님의 권유로 소정의 돈을 받으며 교회에서 일하기도 한다”며 “이런 청년들 중에선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지쳐가다 결국엔 교회에 안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보수총회 노회장 김승탁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는 기업가 등 청년들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들이 많이 있다. 얼마든지 교회가 청년들에게 취업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며 “교회 자체적으로 취업 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교회가 청년들의 취업을 도울 방안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다만 평내목양교회 조예식 목사는 “교회가 교회 청년들의 취업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소형교회의 경우 당장 청년들의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며 “대형교회와 연계해서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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