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천지일보 2019.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천지일보 2019.2.21

대법 ‘60세→65세’로 판례 변경

1989년 이후 30년간 변화 반영

국민연금·지하철 무임승차 등

노인 복지관련 논의 불붙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실제 정년이 연장될 수 있는 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모양새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모씨 등이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육체노동 가동 연한을 만 60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게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가동연한이란 ‘일정한 직업을 갖고 일을 했을 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시점의 나이’로 직업에 따라 달라진다. 사고 등으로 사망하거나 영구적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에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한 척도로 가동연한을 활용한다.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정한 건 1989년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와 비교해 평균수명과 실제 은퇴연령이 증가하고 여러 사회보장 법령의 고령자 기준 역시 65세인 점을 들어 가동연한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민 평균여명(평균수명)은 1989년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2017년 남자 79.7세에서 여자 85.7세로 증가했다. 법정 정년은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늘어났고, 실질 은퇴 연령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나타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천지일보 2019.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천지일보 2019.2.21

판례가 나온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최근 일부 하급심에선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반영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높여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원 역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고, 지난해 11월엔 공개변론을 통해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자 이때부터 판례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실제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동연한을 상향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사회 전반에 걸쳐 판결을 반영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사건과도 연관돼있는 보험 업계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당장 육체노동자가 65세까지 소득활동에 종사한다고 인정하게 되면 노동자가 일을 못하게 될 피해를 입을 시 산정해야할 손해액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1월 29일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조정할 경우 약 1.2%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등 손해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예상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서 한 어르신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11월 전국 청장년층 500명과 65세 이상인 노인층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노인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 4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독사가 염려된다는 노인은 20%를 넘었다. ⓒ천지일보 2018.1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2018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서 한 어르신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

실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산업계에선 경제 규모나 고용 시장의 규모, 국가 노동 정책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관련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65세인 노인의 기준도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일부 연구에선 노인연령이 70세로 상향될 경우 2040년 생산가능인구는 424만명 증가하고, 고령 인구 비율은 8.4%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결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초연금을 비롯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복지혜택을 손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수급연령이 65세에서 또 다시 늦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새로운 판례가 노인과 정년에 관한 새로운 불씨를 지핀 만큼 한 동안 관련 논의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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