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엘리트스포츠, 지나친 사회문제식 해법은 곤란하다
[스포츠 속으로] 엘리트스포츠, 지나친 사회문제식 해법은 곤란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엘리트스포츠 뉴스는 대개 신문·방송 스포츠부서에서 다룬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과 같은 큰 스포츠 뉴스는 신문 1면이나 방송 톱뉴스로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회뉴스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스포츠 성폭력이나 폭력, 입시 비리, 승부조작 등의 소식은 사회부의 단골메뉴이다. 최근 성폭력을 고발한 심석희 선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비리를 형사적 사건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문제’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런 뉴스는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 스포츠부서 기자들이 보도가 나기 전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엘리트스포츠에 대해 대체적으로 스포츠부서에서는 긍정적인 보도가 많은 데 반해, 사회부서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많은 까닭도 이러한 성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과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승리를 할 경우 스포츠부와 사회부 기자들은 같이 기뻐하다가도 스포츠계에 비리가 터지면 이들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다. 스포츠에 애정과 관심을 갖는 스포츠기자들은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고, 비리행위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갖는 사회부기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취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최근 체육계의 성폭력 및 폭력 근절대책으로 나온 엘리트선수 중심의 체육 시스템 개선방안을 놓고 체육계와 정부가 불편한 관계를 보이는 것이 엘리트스포츠를 대하는 기자들 간의 인식 차이와 엇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부는 엘리트스포츠시스템 문제를 사회문제로 간주하고 근본적인 생태계를 바꾸려 하는데 반해, 체육계는 엘리트스포츠를 무조건 폄하해선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체가 돼 이른바 ‘체육계 미투’ 사건으로 엘리트스포츠에 대해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병폐가 많다고 판단하고 엘리트스포츠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합숙훈련 및 소년체전 폐지, 우수선수 병역특례 및 연금제도 개선, 선수촌 전면 개방 등을 통해 엘리트스포츠 운영구조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안은 스포츠적이라기보다는 사회문제식 해법에 가깝다는 체육계의 지적이 많다. 엘리트스포츠의 본질적 개선에서 벗어나고 체육계의 당면 문제와 학교체육의 방향과도 동떨어진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는 것이다. 엘리트스포츠는 1970~80년대 체계적인 육성방안을 마련해 많은 우수선수들을 배출해 대한민국이 스포츠 변방에서 일약 스포츠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지금과 같은 방침이 시행된다면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대표 선수촌이나 각급 운동부 등에서 합숙훈련이 폐지되면 엘리트스포츠가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수가 없어 몰락할 수밖에 없고, 소년체전이 폐지되면 유망주들의 조기 발굴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엘리트스포츠는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8자카르트-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라이벌 일본에게 금메달 수에서 밀리며 현재 정체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문제 해법을 들이대며 엘리트스포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 남북공동유치 등을 앞두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엘리트스포츠 육성은 필요하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