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창립 25주년을 맞이해 ‘부패와 민주주의’를 분석했다.  

결론은 ‘부패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교란시킨다’이다. 부패가 심한 국가일수록 민주주의 제도와 정치적 권리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부패와 민주주의는 악순환 관계이다. 부패는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시키고, 허약한 민주주의는 부패를 통제하기에 역부족이다.” - 패트리샤 모레라, 국제투명성기구 관리이사   

국제투명성기구가 창립된 1993년은 민주화의 물결이 한창인 때였다. 베를린 장벽 붕괴, 소련 해체로 공산주의 국가(특히 동유럽)의 민주화가 활발했다. 그런데 2018년의 세계 민주주의는 우려스럽다. 민주화의 진전은 느리고, 어떤 나라들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는 2006년 이후 113개 국가에서 민주주의 점수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즉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강력하고 독립된 기관(견제와 균형), 저항권 같은 정치적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같은 시민권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보고했다.

이윽고 국제투명성기구는 ‘2018년 부패인식지수’ 결과를 바탕으로 180개국의 국가 형태를 분류했는데, 50점 미만의 나라 중에는 민주주의 국가가 없었고, 50점 이상을 받은 나라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외하고는 권위주의 국가가 없었다.  

또한 75점대의 국가는 ‘완전 민주주의 국가’, 49점대 국가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34점대는 혼합 국가(민주주의와 권위주의 혼합), 30점 이하는 권위주의 국가였다. (30점 이하의 국가는 멕시코·러시아·베네수엘라, 북한, 소말리아 등 51개 국가이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7년간 청렴도가 상승한 국가는 에스토니아 등 20개국이고, 하락한 국가는 헝가리·터키 등 16개국이며, 관찰이 필요한 국가는 미국·체코·브라질이라고 발표했다.

국제투명성기구 루비오 회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건강한 민주주의와 성공적인 부패척결은 잘 연계돼 있다. 부패는 민주적 기반이 약한 곳에서 성행하고, 비민주적이고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강세인 나라는 부패가 기승을 부린다.” 

지금 세계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향하는 정치지도자들이 점차 정권을 잡고 있어 민주주의가 병들고 있다. 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 파탄이 올 수 있어 한층 경계가 필요하다. (포퓰리즘 국가는 베네수엘라·멕시코·아르헨티나·그리스·브라질·이탈리아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도 주목된다.)  

또한 ‘글로벌 체인지를 위한 토니블레어 연구소’는 포퓰리스트의 40%가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청렴 1위인 덴마크도 부패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자와 언론에 의해 2015년에 알려진 ‘단스케은행 에스토니아 지점’의 257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권력자에 대한 돈세탁 스캔들이 그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민주주의가 더욱 건강하도록 다음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독립적 감사기관 운영과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 유지. 둘째, 반부패 제도와 시행의 갭 줄이기. 셋째, 부패척결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발언 강화. 넷째, 부패를 보도하는 기자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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