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도입

농어촌·섬 지역, 적용 어려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숙명여고 시험문제·정답 유출사건’과 같이 교직원에 의한 시험지 유출사건이 잇따르면서 대도시 교육청들의 상피제(相避制) 도입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가 같은 중·고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를 도입하는 교육청이 늘고 있다. 이미 상피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울산·부산 등 지역을 비롯해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대도시 교육청들도 이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숙명여고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공립 중·고교 교사들에게 전보 신청을 내도록 요청했으며, 이를 다음달 1일자 정기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숙명여고에서는 ‘시험문제·정답 유출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숙명여고의 교무부장이었던 A씨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에게 정기고사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사건 당사자인 A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올해 교육감 선발 후기고 신입생을 배정하면서 교직원 자녀 96명을 부모가 재직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학교의 경우 교사 인사권한이 학교법인에 있어 상피제를 강제할 수 없기에 서울시교육청은 교사가 학교법인 내 다른 학교로 옮겨가거나 최소한 자녀가 속한 학년은 담당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립 중·고교 교사 발령에서 올해부터 상피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이에 따라 작년까지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교사들은 다음달 1일자 인사에서 모두 전보 대상이 된다. 대구·광주시교육청도 다음달 1일자 인사에서 상피제를 적용하기로 정했다.

대도시 교육청들이 속속 상피제 시행에 나선 반면 농어촌 지역이나 섬 지역 등을 관할하는 지방교육청들은 지역적 특성상 제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 학교가 한 곳밖에 없을 경우 교사나 학생 중 한쪽은 다른 시·군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서귀포 지역은 인문계 고교 2곳 중 한 곳이 사립이라 교사 전보가 힘든 상황이다. 또 교사가 섬 지역으로 발령이 날 경우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 상피제 전면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주도교육청은 교사와 교사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는 경우 자녀의 성적 평가·관리에서 교사 부모를 배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교사 전보 요청 시 자녀가 어느 학교에 있는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할 예정이다.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상피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상피제가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교사의 직장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교사를 ‘잠재적 범인’으로 몰아가 교원의 자존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전반적인 여론이 상피제 도입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적용 범위에 차이가 있을 뿐 내년에는 대부분 지역에 이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경남·경북·충북·인천·강원교육청 등은 올해 과도기를 거쳐 내년부터는 상피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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