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군사평론가/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2차 미북정상회담이 코앞이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 와중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고자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중이다. 그가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외교소식통의 전언이 있으나 이는 틀린 말이다. 우리정부도 단순한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한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3대에 걸친 북한 정권 불변의 목표로 의미가 크다. 종전선언의 무게를 떨어뜨려 종전선언도, 그리고 더 큰 전리품도 챙기겠다는 북한이다.

그러니 우리 정부가 앞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 정도로 가볍게 보는 것은 문제 있어 보인다. 더욱이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뒤이어 북 핵폐기에 대한 기초적인 로드맵 요구조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미국 방송매체인 FOX와의 대담(2018.9.25.), 유엔총회 기조연설(2018.9.26.)등을 통해 수차 밝혀 왔다. FOX 와의 대담에서는 유엔사 지위와 직결되는 종전선언을 하나의 ‘정치적 선언’으로 재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언론매체들도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식의 논평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작년 10월 12일 유엔총회에서 북한 대표가 유엔사는 괴물 같은 존재로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고 만방에 요구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 되물어봐야 한다. 북한은 유엔사를 일컬어 창설시부터 유엔과 무관한 내정간섭 도구이며, 유엔군이란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이라고 공격한다. 단순히 정치적 선언이라는 종전선언을 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는 3대에 걸쳐 목을 매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니 유엔사 지위와 연계된 종전선언을 북한 입맛에 맞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사실 종전선언을 받아준다고 비핵화에 나설 김정은이 아니지 않는가.

북한 당국이 미 당국자들에게 종전선언 문제를 감춘 채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김정은식 실리적 접근법이며 기만 심리전의 전형이기도 하다. 북한 특유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심리전 공략법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라 함은 잘못된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면 김정은은 곧바로 정전체제 해체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평화체제 전환 없이도 유엔사 해체 수순을 밟을 것임은 명백하다.

종전선언이 되면 사실상 정전체제를 관리할 명분이 없는 유엔사를 없애자고 나올 북한이다. 다음 수순은 미군철수이나 이는 유엔사 지위와는 다른 수준의 문제로 일차적으로 연합훈련 영구중단과 미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막는 방안을 촉구할 것이다. 미국도 주한미군이란 전략적 카드를 포기할 리 없으니 북한은 한미 방위비 협상 혹은 미국의 지역 전략기동군 운영전략과 관련 한미간에 틈이 생기도록 고도의 심리전을 획책할 것이다. 한미이간을 통한 동맹 약화와 미군철수의 기회를 엿볼 것임은 자명하다.

신년 벽두부터 ‘9·19 군사합의를 근거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관리를 유엔사 없이 남북이 자주적으로 운용하자는 북한이다. ’우리민족끼리‘하면 될 일이니 유엔사는 비무장지역 운영에서 빠지라는 북한이다. 종전선언 후 유엔사 없는 한반도의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유엔사와 미군 없는 한국군을 상대하겠다는 속셈이 읽힌다.

정부는 비핵화 일정 로드 맵 관련 초보적 수준의 신뢰조치가 없는 한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정전협정 전환 자체가 불가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미·북 양측을 향해 재강조할 때다. 북핵 폐기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없는 한 현 경제제재는 유지되어야 하며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재개도 안 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남북관계는 선의로 되는 관계가 아닌 냉혹한 국제관계의 한 부분이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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