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8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8

경사노위 노사 한발씩 양보로 극적 합의

11시간 연속휴식에 일각서 실효성 논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기존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경영계의 요구사항이 담긴 합의가 이뤄졌으나 한편으론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에 대해 노동시간을 주 단위로 정하고,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노동자의 연속휴식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점 등과 관련해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유·화학과 ICT(정보통신기술) 등 일정 기간 집중노동을 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 중인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 경영계의 입장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은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앞서 경영계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에 들어가자, 이를 지키기 위해선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3개월에서 1년으로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사업주가 단위 기간 2주 이내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하지만 단위 기간이 그 이상이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 도입 요건을 엄격히 한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 대표란 현행법상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대규모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3개월 초과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합의안에 따르면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선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사전에 확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고려해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 통보해야 한다.

서면 합의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정해진 단위 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업주의 재량권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경사노위의 합의 내용이 법 개정으로 이어지면 사업주는 단위 기간 6개월 이내의 탄력근로제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경영계 요구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한 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 단위 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을 확대하는 것은 경영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노동계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우려해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탄력근로제를 연속으로 시행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앞뒤로 3개월씩 최장 6개월 동안 연속 집중노동이 가능해진다. 이 같이 되면 과로 위험이 커지는데 이 또한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노동시간 개선위 측은 보고 있다.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이철수 위원장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함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정은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1주 법정 노동시간 한도가 늘어나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가산 수당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사용자는 임금 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 수당, 할증 등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위 사항들은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며 “정부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운영에 관한 상담·지원을 제공하며,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담 기구를 설치한다”고 했다.

한편 합의안에 따르면 사업주가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으나, 일각에서는 과태료 부과가 노동자 임금 보전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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