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감사함으로 가득 차면 모든 것이 감사할 뿐
자신과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 나눠

▲ 마가스님이 “숲은 우리의 고향”이라며 “숲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근 불교환경연대에서는 숲명상학교·숲유치원 ‘아이숲’ 출범을 알리는 비전 선포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몇 번 스친 인연이 있는 마가스님을 만났다.

마가스님은 이 자리에서 숲명상학교 교장 임명장을 받았다. 마가스님은 나누는기쁨공동체 대표, 숲명상학교 교장, 대학교 교수로서 바쁜 시간을 쪼개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마가스님에게 명상과 수행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법을 듣기 위해 스님이 있는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보이는 대상 ‘내 마음이 표현된 것’
마가스님을 찾아 갔을 때 스님은 명상모임을 주관하고 있었다. 잠시나마 짦은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모임은 각자의 명상소감을 짧게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고, 스님은 잠시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스님은 출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스님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스님을 임신했을 때 딴 살림을 차려나갔다.

스님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중학교까지 다녔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게 됐는데 이즈음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교회를 다니게 된 스님은 마음의 평온을 얻었고 신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신학교 입학을 반대했고 이로 인해 또 다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의 골이 깊어져 스님은 자살을 결심했다. 스님은 “당시 ‘내가 죽으면 아버지 가슴에 못박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전했다.

자살을 결심한 이후 전라도 광주에서 강원도 오대산까지 걸어온 후 자살을 감행했는데 눈을 떠보니 저승이 아닌 절이었다. 3일 만에 깨어난 스님은 갈 곳이 없었고 이후 그대로 절에 눌러 앉게 됐다. 당시 스님은 깡마르고 피도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였으며 세상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10여 년을 공부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던 스님은 인도에 건너가 공부하고는 느낀 것이 많았다.

인도에서 돌아온 스님은 청화큰스님을 만났다. 청화큰스님에게 “자네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나?”라는 질문을 받은 스님은 “제 가슴 속에 묻어 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다시 일어났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 달 보름 정도 큰스님 곁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던 어느날 스님은 “아버지 고맙습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면서 뜨거운 눈물이 나오고 엄청나게 울었다고 한다.

그 후 스님의 생각과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살도 찌고 심성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아버지를 미워할 때는 흠만 보이던 것들이,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장점만 보이기 시작했었다”라고 기억 속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은 “그 때 밖에 보이는 대상은 곧 내 마음의 표현이구나”라고 깨달았다면서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면 보이는 것도 다 미워 보이고, 내 마음이 감사하면 보이는 것도 다 감사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성계와 무학대사와의 일화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스님은 “저 같이 나쁜 놈을 절에서 받아주고 먹여주며 공부시켜준 은혜는 말로 다 표현 못 할 것 같다”며 “부처님과 신도들의 은혜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그 은혜를 이번 생애에서 갚고 가지 않으면 짐이 될 것 같아 지금껏 받은 은혜를 신도들에게도 나눠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엇을 나누어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 마가스님이 불교환경연대 사무실 작은 방에서 불자들에게 명상하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가슴이 열려야 머리가 열려 행복해져
한 번은 스님이 불자들에게 절에 와서 행복한지를 물은 적이 있는데 그 결과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절은 찾지만 정작 “행복하다”고 말하는 신도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게 된 스님은 ‘부처님은 어떻게 하면 불쌍한 중생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가르쳐 주시러 오신 분인데 오늘날 신행활동하고 있는 우리가 행복하기는커녕 불쌍한 일들만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불쌍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3000배 하던 사람이 다음날 눈이 퍼래져서 절에 다시 오는 것을 보고 스님은 “절해서 무엇하겠는가”라면서 요즘엔 신도들에게 “2999배만 절에서 하고 나머지 한 번은 남겨났다가 집에 가서 신랑에게 하세요. 그러면 최소한 맞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라고 이야기를 건넨다고 한다.

스님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가 잘못 가르쳤구나”라고 반성하게 됐다며 절에서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을 신도들에게 권유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연구하다가 스님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한국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머리와 입으로만 공부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슴에 응어리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슴이 열려야 하는데 머리가 열리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는 것 스님의 설명. 가슴이 열리지 않는 것은 그 속에 한이 꽉 차 있기 때문이라는 스님은 가슴에 들어 있는 응어리를 푸는 것이 먼저 필요하겠다고 생각이 들어 ‘자비명상’이라는 수행 예비단계를 준비하게 됐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자비명상의 시작
스님은 “자비명상은 내가 나를 사랑하고 그 넘치는 사랑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가질 것을 당부했다.

남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방에 불이 밝혀져 있고 이 불이 창을 통해 밖으로 새어나가듯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할 때 남이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나도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템플스테이에서 명상지도를 하고 있는 스님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타 종교 및 타인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눈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 있다고 말했다.

종종 개신교 학생들이 스님을 찾아와 “죄송합니다. 절에 한 번도 안 가고 절을 싫어했고, 스님과 대화도 해보지 않고 스님을 사탄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이런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스님은 자신이 맡고 있는 대학 강좌에 타 종교 지도자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타 종교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상대방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알려고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갈등과 반목이 시작된다며 타 종교 간 서로 오픈하고 교류하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종교 간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종교지도자의 덕목으로 낮은 마음과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 스스로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큰 문제가 생기며,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세상은 아름다워진다”라며 “종교지도자들이 스스로 성현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때 존경받는 성직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난해 목사·스님·신부 등 종교지도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를 보고 놀랬었던 기억이 난다며 “종교에서 ‘존경’이라는 말이 빠지면 이미 세속화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스스로 높아지려고만 했지 낮아지려는 노력을 종교지도자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니 종교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모든 권위·명예·욕심 내려놓고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낮아지는 것이 종교인의 기본자세라는 것이다.

▲ 불교환경연대 비전 선포식에 참가한 마가스님(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기념 떡을 절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숲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져
스님은 숲명상학교와 숲유치원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스님은 “‘부처님이 숲에서 태어나시고 숲에서 수행하시며 숲에서 돌아가셨다’라는 말이 있듯 숲은 우리의 고향과 같다”라면서 “녹색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색이기 때문에 숲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지금 지식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넘쳐나는 지식들이 우리를 꼭 행복하게 해 주지는 않는다. 반면 숲은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명상도 때로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스님은 “일부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이 평온하길 바라며 교회와 절을 다니는 것”이라며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숲명상학교를 만들게 됐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첫 번째 사업으로 숲유치원 운영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요즘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는 유치원 교육 이전의 부모가 아이에게 교육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고,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부모의 욕심때문이라며 아무런 판단 분별없는 아이는 부모가 그려주는 대로 학습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어미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산책 나가듯 모든 걸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지나친 부모의 아이 걱정이 아이의 창조력을 해치며 경직된 아이로 커 나가게 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스님은 부모가 편해야 아이도 편할 수 있다며 ‘아이숲’에서는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웃음 씨앗 뿌리면 웃음 거두게 돼
끝으로 스님에게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더니 “오늘 닥친 일을 보면 과거를 알 수 있고, 오늘 행하는 일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라며 “지금 어려운 일이 닥친다할지라도 과거에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로 생각하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답했다.

미운 씨앗을 뿌리면 미운 열매를 거둘 것이고, 고마운 씨앗을 뿌리면 고마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은 인과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 집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내가 먼저 웃을 때 너와 나의 사이에 꽃이 피고 내가 먼저 웃을 때 내 마음 속에 꽃이 피어납니다”라는 스님은 오도송(悟道頌)을 읊으면서 지금 웃음의 씨앗을 뿌리면 웃음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지치고 힘들 때 가까운 숲을 찾아 갈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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