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응용과학대학) 경희대학교 교수(왼쪽)와 독일 라이프니츠 연구소의 이민호 박사. (제공: 경희대학교)
이종수(응용과학대학) 경희대학교 교수(왼쪽)와 독일 라이프니츠 연구소의 이민호 박사. (제공: 경희대학교)

전기는 통하고 열은 안 통해… 새로운 물리개념 창안

에너지 변환 효율 20% 수준으로 향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소재 및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전보다 향상된 효율의 ‘n-type(전하가 전자인 반도체소재)’ 열전소재가 개발됐다. 열전소재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발전과 물체의 열을 식혀주는 열전냉각 등에 이용되는 물질이다.

19일 경희대학교에 따르면, 경희대학교 이종수(응용과학대학) 교수와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이민호(경희대 물리학과 박사졸업) 박사 연구팀은 한국전기연구원, 라이프니츠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530℃의 작동 조건에서 에너지 변환 효율 20% 수준의 n-type 열전소재를 개발했다.

열전소재는 열을 낮추는데 냉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 변환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n-type 소재는 전하가 정공(구멍)인 p-type 소재와 접합해 우주 탐사선 발전기, 자동차 배기열 발전 등에 사용되는 ‘열전모듈’이 된다.

기존의 열전모듈은 응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 열전모듈의 성능이 최대가 되기 위해선 p-type과 n-type 소재의 열전성능지수(ZT)가 비슷하게 높아야 하는데, p-type 소재에서는 열전성능지수 2.0 이상인 경우가 다수 보고됐지만 기존 n-type 소재의 열전성능지수는 1.8 정도로 2.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선택적 앤더슨 상전이’라는 물리 개념을 창안했다. ‘앤더슨 상전이’란 무작위적인 불순물이 있을 때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전하가 흐르지 못하고 제자리에 정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응용해 정공은 정지시키고 전자만 통과하거나, 전자를 정지시키고 정공만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이미지. 전자와 정공이 정지돼 있는 상태(왼쪽)와 정공은 정지돼 있고 전자는 흐르는 상태(오른쪽)를 나타낸 모습. (제공: 경희대학교)
연구이미지. 전자와 정공이 정지돼 있는 상태(왼쪽)와 정공은 정지돼 있고 전자는 흐르는 상태(오른쪽)를 나타낸 모습. (제공: 경희대학교)

연구팀은 납-텔루라이드(PbTe) 소재 내에 텔루륨화은(Ag2Te)을 나노입자(불순물)로 분산시키고, 모재(PbTe)와 나노입자 사이의 상호작용 에너지를 제어함으로써 선택적 앤더슨 상전이를 구현했다. 또한, 나노입자 분산에 따라 열전달 흐름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전기는 잘 통하면서 열은 통하지 않는 고효율의 n-type 열전소재를 개발했다.

이종수교수·이민호박사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n-type 열전소재의 열전성능지수(ZT)는 2.0 이상이며, 에너지 변환 효율도 기존의 16.5%보다 훨씬 높은 20% 수준으로 세계 최고 변환 효율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열전모듈 응용에 걸림돌이 됐던 n-type 소재의 고효율화를 달성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창안했다”면서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열전소재의 활용성과 열전 신소재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학교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ACS Nano(IF=13.709)’에 게재됐다.

한편 이종수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포항공대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신소재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기술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경희대에서 재직 중이다.

열전소재·자성체·초전도체의 신물질 개발 및 물성연구, 저차원 전자계 및 스핀계의 열 및 전자수송특성, 자기냉각소재 개발 및 자기적 특성연구 등이 주요 연구 분야이며, ‘Nature’, ‘Advanced Materials’,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등의 주요 학술지에 100여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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