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 ‘병인양요’도 몰라… “상호 교류·이해부터 시켰어야 했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외규장각 도서 장기 대여를 두고 프랑스 국립도서관(BNF) 사서들을 중심으로 반대세력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BNF 사서 12명은 성명을 통해 “5년마다 갱신하는 장기 대여는 사실상 반환”이라며 “이는 연구자들에게 자료로 제공해왔는데 그 기회를 빼앗은 것으로 사실상 반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국 간 합의가 ‘상호 등가’ 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의 형식을 묵살하고 ‘5년 단위 갱신 대여’를 포장한 ‘사실상 반환’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외규장각 도서 장기 대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앞으로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는 나라의 수가 점차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공공자산을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어기고 문화재 정책 관련법을 정치와 경제 등 이해관계에 종속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라 리베라시옹 신문도 1면과 문화면 전면을 할애해 외규장각 의궤 장기 대여를 반대하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의궤들 가운데 몇 권이 5년 후 파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아무도 이를 믿지 않고 이 의궤들이 한국에 가면 다시는 프랑스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BNF 사서들의 성명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학계나 시민단체는 프랑스 국민과 학예사들을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프랑스 학예사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가 권력이 좌지우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며 “이들이 반대하면 임대든 대여든 결코 외규장각 도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에 따르면 프랑스는 1% 소수 엘리트들이 움직이는 사회로 1% 눈에 벗어날 시 문화민주주의나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다.

황 소장은 “프랑스인들은 ‘병인양요’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이번 협상이 이뤄지기 전에 병인양요와 약탈문화재에 대한 상호 이해를 높이는 민간교류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이번 협상을 꼬집었다.

한편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적극 지지하는 뱅상 베르제 파리 7대학 총장,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현 하원의원), 장루 잘츠만 파리 13대학 총장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지지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G20 정상회의 관련 양국 정상회담에서 대여를 하되 5년 단위로 갱신을 할 수 있는 방식을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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