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아이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아이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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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조너선거슈니 옥스퍼드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국의 교육열은 냉전시대의 ‘군비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청소년이 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놀라운 수준을 넘어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의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 ‘다른 집 아이가 사교육으로 더 앞서 나갈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교육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불안을 느낀 다른 부모들도 가세하고, 다들 지지 않으려 점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자녀교육을 두고 치킨 게임을 하는 한국의 부모들을 적절하게 표현했다. 장기판 훈수 같이 가까이서 보면 안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잘 보이는 법이라 우리 교육에 대한 지적은 정확했다. 하지만 어떻게 국가적·사회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 제시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학벌위주 사회’라는 기본 틀을 바꾸지 않는 한 깨기 어렵다. 아무리 공정하고 좋은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상류층은 돈과 정보력을 이용해 자신의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즉 ‘명문대 졸업=사회적 성공’이란 공식을 깨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나가면 대학 나온 것에 못지않은 충분한 보상을 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 사회적 위치나 차별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 다양성을 용인하는 강한 사회로의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공부 지옥에 갇혀 산다. 입시에 실패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 탓에 아이들을 들볶으며 과도한 입시경쟁을 하는 부모 탓이다. ‘명문대 합격=성공’이라는 공식에만 매달린 결과는 사회문제를 끝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명문대 진학했다고 다 승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들만 승자로 인식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되는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입시에서 승자가 인생의 승자가 아님을 우린 주변에서 숱하게 보지만 수긍하지 못한다. 입시의 승자는 우월의식을 갖고, 패자는 패배의식을 갖고 양자가 대립하며 지금 우리 사회의 각종 암울한 상황을 만들고 양극화 사회를 고착화 시키고 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전력투구하는 학생만 모범생이고 다른 길을 찾아 노력하는 아이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입학하면 모든 것이 끝나도록 만들지 말고 미국 같이 졸업을 하기 힘든 구조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무한경쟁은 끝이 없다. 공부에 소질 없는 아이들은 각자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도록 해줘야 한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꾸준히 근무하면 대졸자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기업구조가 만들어지면 소질이 없는데도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줄어든다. 좋은 학벌을 안 가져도 사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건전한 사회는 화이트칼라 못지않게 블루칼라가 동일한 대우를 받는 사회다.

부모도 더 이상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해 그들이 원하는 인생을 살도록 해줘야 한다. 자식의 인생과 부모의 인생을 연결시켜 자식이 입시에 실패했다고 부모의 인생마저 실패했다고 여기는 고리타분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식이 제대로 독립하지 못하면 부모의 노후마저 담보로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회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부모도 자식에게서 독립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세상은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유례없이 뜨거운 부모의 학구열 덕분에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이제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현실로 돌아가면 주변과 비교해 불안감에 결국 대중 속으로 들어가 입시경쟁에 매달리는 부모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아이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변하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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