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손석희 JTBC 대표가 19시간 동안 마라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한 달 넘게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경찰은 추후 어떤 결과를 발표할지 많은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식 주점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김웅 기자와 모든 것이 음모라고 주장하는 손석희 대표의 싸움은 마치 큰 고래와 작은 새우가 싸우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들은 김웅 기자가 손석희 대표의 주장대로 취업청탁을 했는지 아니면 김 기자의 주장대로 손 대표가 기사화를 막고 회유하기 위해 JTBC 기자직 채용을 제안하고 폭행을 했는지, 상호 간의 싸움에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손 대표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사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그러나 최근 김웅 기자가 제출한 여러 가지 음성파일 등 증거들은 고래가 아닌 새우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불리한 상황임을 직감한 듯 손 대표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10명에 이르는 막강한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보수단체의 배임 혐의 등 추가 고발에 대해서도 개별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지인들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손 대표에게 무언가 구린 냄새가 난다고 떠들어댄다. 막강한 대형 종편채널의 사장이 도대체 무엇이 아쉬워서 프리랜서 기자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끌려 다녔냐는 것이다.

손석희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이며, 연예인 이상의 인기와 대우를 받고 있고, 상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언론인으로만 여겨지던 그에게 불어닥친 작금의 진실공방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은 분명하다.

이번 싸움은 손 대표의 말대로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하는 경찰이 공정한 잣대로 팩트만을 토대로 조사하고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 볼 것이다.

‘손석희 사건’에 대해 대다수는 손 대표가 취업제안, 폭행을 했는지보다 과천 교회주차장에서 같이 있었던 동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슈에 더 주목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의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호기심을 넘어 언론인 손석희 명예가 회복되든지 아니면 큰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손 대표를 따르는 리얼 팬들이다. 그러나 솔직해 보이지 못한 손 대표의 행동에 반신반의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오히려 이 시점에 솔직하게 진실을 밝히는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박수를 쳐줄지 모른다. 추후 결과가 충격적이라면, 믿고 신뢰했던 팬들의 무력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든지 털면 먼지가 난다. 문제는 그동안 보여줬던 손 대표의 이미지는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메이킹을 해서 문제다.

물론 여기저기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는 미디어와 일반인들의 SNS 댓글 행태도 문제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루머나 상상을 마치 사실인 듯 선정적으로 조작하고 떠벌리는 것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손석희 사건’의 진실에 대한 조사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손 대표 스스로의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만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진실은 곧 밝혀지겠지만, 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향할지 현재 손 대표는 잠을 설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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