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엑소시스트>의 귀신 쫓는 장면

구마의식·구병시식·굿 등 종단별 형태 달라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우리 속담에 ‘밥 한 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귀신 붙은 것처럼 몸이 허약한 사람도 밥을 먹으면 귀신이 떠나가 건강을 회복 한다는 의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귀신은 공포의 대상, 쫓아내야 하는 존재다.

어떻게 하면 귀신을 쫓을 수 있을까. 귀신에게 “저리가” 소리친다고 해서 물러갈 귀신도 아니고…. 어쩌면 귀신은 “너나 가라”며 콧방귀를 뀔지 모른다.

귀신을 쫓는 행위를 엑소시즘(exorcism, 구마의식)이라 한다. 이것을 행하는 사람은 ‘엑소시스트’라고 하며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고 종교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톨릭·정교회, 체계화 된 의식
‘몸 안에 들어가 있는 잡귀를 물리치는 처방’이라는 뜻의 엑소시즘은 고대 그리스의 ‘엑소우시아’란 단어에서 유래됐다.

엑소우시아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 악령에게 다시는 사람을 못살게 굴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낸다는 뜻이며, 고대 그리스부터 시행해 오다가 현재 가톨릭에서는 특수의식으로 자리하게 됐다.

가톨릭은 교회법에 의해 교구 직권자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의식을 행할 수 없으며 그 방식 역시 비밀리에 전수, 행해지고 있다. 엑소시즘은 가톨릭에서 행하는 제령의식으로 교황청의 서품을 받지 않으면 행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가톨릭은 귀신, 사탄의 존재를 인정하므로 이러한 의식도 정식으로 체계화 돼 있다. 단, 아무나 행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회 경우 엑소시즘을 받을 사람이 가족과 함께 직접 성당에 찾아와 신부의 엑소시즘을 받는다. 유대교에서는 바벨론 유배기에 중동의 혼합 종교를 만나면서 귀신에 관한 교설과 더불어 악령추방 의식, 특히 정결 예식이 발전해 헬레니즘 시대에는 성행하게 됐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은 종말론적 사건으로 종말에는 악마와 귀신의 권능이 약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슬람교에서 악마 또는 악을 이르는 말은 ‘이블리스’라고 하며 그 우두머리는 샤이퇀(기독교의 사탄)이라고 한다. 쿠란에 따르면 악마의 가장 큰 특징은 오만(불순종)과 유혹이다.

구병시식(救病施食)은 불교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귀신이 몸에 달라붙어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행한다. 귀신을 없애거나 쫓아내는 것이 아닌 음식을 주고 법문을 알려줘 귀신을 불법에 귀의시키기 위한 의식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엑소시즘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의식은 그 사찰에서 가장 법력(法力)이 높은 승려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민간신앙에서는 굿을 하는 것이 대표적 의식이다. 장정태 민속종교연구소 소장은 “무속에서는 음식을 조금 차려놓고 비는데 이를 치성이라 한다”며 “굿의 마지막 판에는 뒷전거리라고 해서 음식을 못 먹은 귀신들까지 다 먹고 가라고 남겨둔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뒷전거리를 하는 이유는 그날 굿을 구경했던 사람들과 직접 굿을 했던 사람 모두 무탈하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잘못된 방식, 사람 해칠 수도
한편 개신교에서는 특별한 의식 없이 목사가 귀신을 쫓기 위해 기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목사들의 잘못된 방법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0월 목사와 전도사 등 3명이 “몸 속에 들어가 있는 귀신을 쫓는다”며 김모(13, 초등 6년) 군의 배를 발로 밟고 손으로 얼굴 등을 때려 숨지게 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군이 숨진 뒤에도 이들은 김 군의 어머니에게 “헌금을 많이 하면 귀신이 빨리 나온다”고 속여 금반지 2개를 받는 등 안수기도를 핑계로 모두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채 더욱 충격을 던져줬다.

2008년 7월에는 교회 목사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을 귀신을 쫓는다며 무려 3시간 동안 머리와 배 등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해 10월, 신도 여러 명과 목사가 귀신을 내쫓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인에게 집단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수일동안 보관해 온 충격적 사례도 있다.

이찬수 길벗예수교회 담임목사는 “모든 문제를 귀신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귀신을 쫓는 일에 사람을 죽게 할 정도의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교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무분별한 방식으로 귀신을 쫓는 행위는 오히려 생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해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질병과 귀신 쫓는 것은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