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교황청 ‘아동 성학대 방지 회의’ 앞두고 기자회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문제에 대해 교황청이 오는 21일부터 바티칸에서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여는 가운데, 피해자 단체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아동 성학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실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사제에 의한 성학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사제 성학대 그만’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이래 아동 성학대에 대한 무관용을 천명해 왔다”며 “이제 그 약속을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의 창립 회원인 피터 이셀리는 “‘무관용’ 정책이란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제들뿐 아니라 그들의 죄를 은폐한 주교나 추기경들로부터 역시 성직을 박탈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직접 아동 성학대를 저지른 사제들은 물론 이들의 죄를 감추고, 눈감아 준 고위 성직자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있어야만 아이들을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성학대 추문과 관련해 가톨릭교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했음을 인정하며 “다시는 은폐하거나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성 추문에 연루된 사제를 처벌하는데 있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계 주요 지역에서 사제들의 성학대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교황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각국 가톨릭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이 모이는 초유의 아동 성학대 예방 회의를 소집했다. 114개국 주교회의 의장과 수녀회 대표 등 약 190명의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는 오는 21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막이 올라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을 끝으로 폐막할 예정이다.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개막을 사흘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학대라는 ‘괴물’에 맞설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이 괴물을 물리치길 원한다면, 모두가 이 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아동 성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달 “이번 회의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할 순 있겠지만, 성학대 자체를 중단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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