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네이버 노사가 ‘협정근로자’ 지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노조가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쟁의 가결에 따른 첫 단체행동 공식화를 예고했다. 협정근로자는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사측은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인력이 필요해 협정근로자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단체행동을 무의로 만들려는 사측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네이버 노조는 단체행동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시작부터 파업 등 극단적인 태도는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의 모습. ⓒ천지일보 2019.2.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네이버 노사가 ‘협정근로자’ 지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노조가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쟁의 가결에 따른 첫 단체행동 공식화를 예고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의 모습. ⓒ천지일보 2019.2.11

사측 “협정근로자 지정 필요”

노조, 파업 투쟁 가능성 시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내 1위 포털 네이버(NAVER)의 노동자들이 쟁의를 예고한 가운데 노사 간 갈등 심화로 포털 최초 파업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쟁의행위 이후에도 노사 간 협상이 원활하지 않으면 노조가 ‘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는 노사 간 단체 교섭이 결렬되고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마저 소용없게 되자, 조합원 투표를 통해 20일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네이버노조는 지난해 4월 출범했다. 네이버 설립 19년 만에 탄생한 노조는 출범 당시 세간에 이목을 끌었다. IT업계에서는 드문 노사관계가 만들어졌고, 그 무대도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였기 때문이다.

네이버 노사가 첫 교섭테이블에서 마주한 것은 지난해 5월 11일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새로운 노사문화가 만들어지는 데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순조로운 출발이었으나 이후 이뤄진 교섭들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때마다 결렬됐다.

◆15차례 교섭, 틀어진 노사관계

1999년 6월 네이버컴㈜이 설립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주요 자회사만 라인(모바일 메신저), 네이버랩스(소프트웨어 개발), 웹툰(웹툰 플랫폼 운영),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웍스 모바일(기업용 전자상거래 지원) 등 5개가 넘는다. 또한 자회사 아래에는 각각의 손자회사가 있다. 라인만 해도 라인플러스를 비롯한 손자회사가 9개나 된다.

네이버지회는 이 가운데 조합원이 있는 16개 법인을 하나의 교섭테이블로 운영하는 통합교섭을 실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법인 특수성이 있어 법인 대표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16개 법인별로 교섭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지회는 네이버본사·NBP·컴파트너스 3곳을 선정해 교섭에 들어갔다.

교섭 요구안과 관련해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 직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지회는 첫 단체교섭에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 마련 ▲리프레시 휴가 확대 등 충분한 휴식권 보장 ▲개인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금지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난해 9월 18일 9차 교섭에서 ‘휴식권 같은 복리후생은 비조합원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단체교섭이 아닌 별도의 TF를 구성해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회는 ‘단체교섭이 아닌 비조합원을 포함하는 별도 TF 구성은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10차 교섭에서도 같은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협정근로자 지정(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조합원을 협약으로 정하는 것)까지 지회에 요구했고, 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15차까지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모두 결렬됐고,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내놨지만 역시 합의엔 실패했다.

◆점심시간 짧게 ‘첫 쟁의’ 수백명 모일 듯

중앙노동위 조정안까지 결렬된 뒤 노조는 네이버·NBP·컴파트너스 소속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쟁위행위에 돌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찬성표 비율은 네이버 96.06%(투표율 97.98%), NBP 83.33%(97.96%), 컴파트너스 90.57%(100%) 순이었다.

노조는 20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에 하는 쟁의행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원칙적으로 노조 활동이 휴게시간에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쟁의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구호를 외칠 예정이다.

1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참여인원은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한 주 전 조정결과 설명회를 점심시간에 진행했을 때도 조합원 200여명이 설명회 공간을 꽉 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도 가능”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사측이 노조 조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재협상하면 파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인 만큼 협정근로자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가 ‘파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오세윤 화섬노조 네이버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조는 없다”면서도 “사측과 원만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도 할 수 있다”고 파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조는 투표를 거쳐 재적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쟁의권을 얻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포털 최초 파업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네이버 측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협정근로자 지정은 네이버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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