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지학회 추계 학술 발표회서 주장

(청주=연합뉴스)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19일 "고려 때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번각본인 분사대장도감 간행본(1251)이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이하 직지)보다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남명천화상송증도가자(南明泉和尙頌證道歌字.이하 가칭 증도가자)'로 인쇄됐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날 청주대에서 열린 '2010 서지학회 추계 학술 발표회'에서 '증도가자와 동국이상국집'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 교수는 이날 동국이상국집이 '증도가자'로 인쇄됐다는 근거로 ▲(문집의 글자가) 증도가의 글자와 크기가 같다 ▲증도가의 글자와 같은 유형을 보인다 ▲'같은 줄 내에서 글자의 겹침이 없다'는 분사대장도감판 계통의 번각본 특징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남 교수는 그러나 "증도가에 사용된 같은 글자의 활자를 유형별로 볼 때 다른 글씨체가 자주 나타나고 글자 크기가 같지 않다는 점 등에서 증도가 역시 이 활자로 찍은 최초의 인본(印本)이 아니며 처음 주성(鑄成)된 활자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증도가자'는 남 교수가 지난 9월 2일 13세기 초의 금속활자라며 공개한 것으로, 그는 당시 ▲明 ▲所 ▲於 ▲菩 ▲善 등 12글자의 실물을 공개했다.

그는 또 고려 고종 26년(1239)에 목판본으로 복각(카피)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보물 758호.이하 증도가)의 글자체와 이번에 발견된 금속활자가 완전히 일치한다며 이 활자를 '증도가자'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 '증도가' 끝 부분에는 "이 책의 원본은 남명선사가 문종 30년(1076)에 주자(鑄字.금속활자)로 편찬했지만 더 전해지지 않아 목판으로 복각해 찍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편, 동국이상국집은 본문 53권 13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들 함(涵)이 1241년 전집(全集) 41권을, 그 이듬해에 후집(後集) 12권을 편집하여 간행했고 1251년에 고종(高宗)의 명령으로 손자 익배(益培)가 분사대장도감(分司大藏都監)에서 증보판을 간행했다.

이 문집에는 '구삼국사'의 존재와 내용 일부, 팔만대장경의 판각 연혁, 금속활자의 사용 사실 등 귀중한 역사 사실이 실려 있다.

세계 현존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구한말에 유출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지만 현재까지 이를 찍어낼 때 사용한 소위 흥덕사자(興德寺字)라는 금속활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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