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 금상을 받으며 명품 차로 인정받은 청태전.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 금상을 받으며 명품 차로 인정받은 청태전.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전남 장흥, 전통 고형차 시원지

보림사서 韓사찰 차문화 시작

청태전, 세계녹차컨테스트 금상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 일품”

[천지일보 장흥=전대웅 기자] 전남 장흥은 전통 고형차의 시원지다. 장흥은 1200여년 전 도의, 염거, 체징으로 이어지는 선맥에 의해 처음으로 고형차를 들여와 마시기 시작한 곳이다. 우리나라 고형차(떡차, 돈차, 청태전 등)의 시원지인 동시에 고형차의 전통을 가장 오래 지켜온 지역이다. 산과 바다, 강이 함께 어우러진 천혜의 조건을 갖춘 장흥의 보림사를 중심으로 퍼진 청태전은 세계 녹차 콘테스트에서 최고 금상을 받으며 명품차로 인정받고 지난 2018년에는 역사와 전통성으로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 장흥 보림사에서 시작된 차 문화

장흥의 차 문화는 유치면의 보림사에서 시작됐다. 보림사의 보조선사창성탑비(普照禪師彰聖塔碑)에는 헌왕이 차(茶)와 약(藥)을 체증선사에게 보내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보림사는 선종의 제1사찰로 ‘선다일미(禪茶ㅡ味)’라고 해 오늘날 사찰의 차 문화가 이곳으로부터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 문화의 융성과 함께 차 문화도 일반 백성에게 이르기까지 보편화 됐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들어와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사찰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차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차를 마시는 풍속도 줄어들었다. 또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많은 퇴보를 겪게 됐다. 이곳 장흥의 청태전 중심의 차 문화는 승려들과 선비들에 의해 명맥이 이어져 오다가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으면서 급속히 퇴보됐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흥은 사찰과 서당, 차나무 주변 마을을 중심으로 청태전을 만들어 마시는 차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장흥 보림사 위쪽에 자리에 비자나무 밑의 야생차밭.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장흥 보림사 위쪽에 자리에 비자나무 밑의 야생차밭.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청태전 유래… 1200년 이상

청태전은 세계 최초의 다서(茶書)로 알려진 육우가 760년경에 쓴 다경(茶經)에 적힌 돈차 제다법과 엄다법이 같아 적어도 1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차임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장흥은 잎차인 산차보다 덩이차인 돈차를 주로 마셔왔다. 이곳에선 덩이차를 차(茶), 전차(錢茶), 강차(綱茶), 곶차(串茶), 떡차(餠茶) 등으로 다양하게 불러왔다. 이는 차 모양이 엽전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1920년대 일본인이 이러한 돈차의 색과 제다 과정을 보고 청태전(靑苔錢), 녹태전(綠苔錢)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와서 청태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 1924년 위관 이용기가 쓴 한국 음식 책인 조선 무쌍신무요리제법에는 청태전이 아닌 보림차로 기록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태전이 아닌 ‘차떡’이라 불렀다. 이 차를 제사 때 쓰거나 절에 공양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농가에서 감기나 배앓이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김영모 장흥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장흥의 특산물인 김의 영향으로 일본인이 장흥의 덩이차를 흡사 청태로 빚어 만든 구멍 뚫린 동전과 같이 만든다고 보고 청태전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청태전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상품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나긴 세월에 걸쳐 전승된 역사와 흔적이 뚜렷한 전통차”라고 자랑했다.

◆청태전의 효능과 음용

차는 몸에 유익한 여러 가지 기능성 성분이 많이 포함돼 옛 선인들은 차를 선약이라고 불렀다. 양약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차는 약리적 효능이 증명됐기에 오랜 세월 동안 장흥군민의 생활 속에서 인정받아 마셔왔다. 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본초강목을 비롯한 본초류의 28가지 문헌, 천금요방을 비롯한 의방류 24가지 전적 등 93가지의 고문과 의서에도 기록돼 있다. 종기 치료제, 졸음 예방, 이뇨, 두통, 거담, 해갈, 해열, 강심, 요통, 천식 작용, 해독작용, 소화촉진 등에 좋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엽전 모양으로 만든 청태전을 햇빛에 건조하고 있다.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엽전 모양으로 만든 청태전을 햇빛에 건조하고 있다. (제공:장흥군) ⓒ천지일보 2019.2.17

청태전 제조는 하루 정도 잎을 실내에서 말린다. 그 후 말린 잎을 쪄서 절구에 빻아 엽전 모양으로 만들어 1차 건조과정을 거친다. 그다음 구멍을 뚫어 묶은 뒤 2차 건조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6개월 이상 발효 기간을 거치면 완성된다. 청태전이 녹차와 다른 점은 끓는 물에 우리기 전 굽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굽는 이유는 곰팡이의 살균, 공기 중에 흡수된 수분 제거, 구수한 맛과 특유의 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청태전은 건조·발효 과정에서 풀냄새가 많아지는데 화로에 굽는 과정을 통해 풋내가 제거되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고소한 향과 맛이 난다. 굽는 과정을 거친 청태전은 끓는 물에 넣는다. 끓인 차는 숙우를 거쳐 찻잔으로 담기며 마시기 좋은 온도로 맞춰서 마신다. 남은 청태전은 향이 남아있을 때까지 3회에서 5회 정도 재탕해 마실 수 있다.

백인숙씨는 “녹차가 한복이라면 홍차는 색동옷, 청태전은 무명한복”이라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이라 남녀노소 모두가 찾는 전통차”라고 설명하며 장흥에서 청태전을 꼭 시음해보길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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