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감별사’로 알려진  탁명환 목사에 대한 흑역사는 1994년 이용섭씨가 저술한 ‘탁명환,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서 폭로됐다. ⓒ천지일보 2019.2.17
‘이단감별사’로 알려진 탁명환 목사에 대한 흑역사는 1994년 이용섭씨가 저술한 ‘탁명환,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서 폭로됐다. ⓒ천지일보 2019.2.17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8일은 탁명환 목사 25주기다. 5공화국 시절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을 지내며 ‘하나님보다 무서운 이단감별사’로 통했던 그가 사망 25년 만에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사바하’의 주인공 이정재가 분한 박웅재 역할이 탁 목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주장 때문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사바하 속 박웅재분의 모티브는 고(故) 탁명환 목사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사바하’는 미스터리한 종교 범죄 이야기를 다룬다. SBS가 디렉터스 컷으로 소개한 영상에서는 배우 이정재가 분한 ‘극동종교문제연구소 박웅재’의 캐릭터가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성직자인 목사이면서도 골초에다 돈만 밝히는 인물로 그려져 현 종교계를 풍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상에서 박웅재는 대학 강의에서 사이비 이단을 주제로 강의한 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이라고 언급하며 후원계좌가 줄줄이 적힌 화면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그와 함께 “도와주십시오.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해 조소를 자아냈다.

또 자신의 사무실에서는 사무직원을 향해 “저기 불교쪽은요 액수 단위가 달라요. 올겨울 휴가 푸켓으로 한번 갑시다. 예? 각자. 그리고 저기 공기청정기”라고 말해 거듭 그가 돈에 의해 움직이는 목사였다는 점이 강조됐다.

SBS는 ‘가장 상업화된 성탄절 장식으로 세속적인 박 목사를 비유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개봉한 사바하에서 종교문제를 파헤치는 주인공을 맡은 이정재. (출처: 다음 영화) ⓒ천지일보 2019.2.17
최근 개봉한 사바하에서 종교문제를 파헤치는 주인공을 맡은 이정재. (출처: 다음 영화) ⓒ천지일보 2019.2.17

◆탁명환 목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

탁명환 목사는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과 월간 ‘성별(현대종교 전신)’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이단‧사이비를 연구했던 목회자다. 1994년 자신이 이단이라고 지목한 교회의 신도에게 습격을 받아 58세 나이로 사망했다.

당시 탁 목사의 빈소에는 우리나라 최고 지도급 인사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대중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 영락교회 원로 목사인 한경직 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스님, 김도현 문화체육부 차관, 조순형 민주당 의원, 김효은 전 경찰청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조화를 보내거나 직접 방문했다. 탁 목사의 영결식장에는 박찬종 의원(당시 신정당 대표)과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탁 목사에 대한 종교계 평가는 엇갈린다. 이용섭이 저술한 책 ‘탁명환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언론은 반대편의 주장은 일절 무시한 채 탁명환 씨가 사명감과 정의감에 충일했던 종교계의 영웅이나 순교자인 것처럼 왜곡, 편파 보도를 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탁명환 씨에 대해서 좋은 감정과 기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섭은 탁 목사가 종교연구가라는 공인으로서 두 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기술했다. 하나는 아무리 많은 시행착오와 과오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용화교, 동방교, 영생교 등 이단 사이비 종교에 대해 연구하고 폭로해 이단 사이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견해다.

또 다른 평가는 그가 아무리 많은 족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불의와 여러 번 타협하거나 적을 매장시키기 위해 허위 조작극을 여러 차례 벌였기 때문에 그가 했던 모든 일은 거의 빛을 잃고 가치가 상실됐다는 비판이다.

1984년에는 김덕환씨가 무당옷을 입고 사진을 촬영한 탁명환 목사를 지적하는 ‘탁명환 그는 과연 박수무당인가?’라는 책을 썼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천지일보 2019.2.17
1984년에는 김덕환씨가 무당옷을 입고 사진을 촬영한 탁명환 목사를 지적하는 ‘탁명환 그는 과연 박수무당인가?’라는 책을 썼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천지일보 2019.2.17

◆박수무당 의상 착용, 신뢰도 실추 계기

김덕환이 저술한 책 ‘탁명환 그는 과연 박수무당인가?’에서는 탁명환 목사가 무당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표지에 게재됐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기독교 내에서는 즉각 자질 논란이 일었다. 탁명환 목사는 현대종교 1993년 1월호에서 박수무당 옷 사진을 1979년 4월에 찍었던 것이라고 스스로가 실토했다.

이용섭의 책에서도 이 장면이 등장했다. 이용섭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면 장난으로라도 박수무당 옷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성경에서는 박수무당을 살려두지 말고 죽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사건은 ‘이단감별사’로 불린 탁 목사에 대한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탁 목사가 비판을 받는 이유로 나온 내용은 당시 이단으로 평가되던 용문산 기도원의 나운몽 장로(현재는 목사)가 운영하는 복음신보의 취재부 기자였다는 점이다.

또 통일교를 이단시 하면서도 1978년 9월 10, 11일 양일간 국내 일간지 등에 ‘통일교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1987년에는 대선직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허위조작(토요신문 1993년 8월 14일자 2면)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탁명환씨와 함께 일했던 전 중앙일간지 기자 신모씨는 “탁씨가 돈벌이를 위해 매달 이단을 정해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에 게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렇게 특정 종교를 이단이라 하면 되겠냐는 내 질문에 탁씨는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면서 탁씨가 규정한 이단이 신학의 기준과 무관한 것임을 폭로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탁명환의 신흥종교 연구와 관련해 두 가지 평가가 있다고 소개했다. 백과사전은 “많은 사람들을 범죄 집단에서 구출하고 그 곳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 종교의 범죄와 사이비 문제를 폭로하는 것의 실효성과 정확성, 혹은 유용성 등과 관련해 부정적 평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탁 목사와 관련해서는 5공 전두환 정권 당시 친정부 성향을 가졌다는 평가도 있다.

탁 목사는 1981년 월간 ‘성별’ 4월호에서 ‘해명서’를 통해 자신이 정부로부터 기독교계 신흥종교 실태 조사에 관한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 다음 달인 5월호에서는 전두환 정권을 “새 시대 새 역사의 장을 여는 제5공화국 당국”이라고 칭송하며 “사회정화 차원에서 조사를 촉구한다”면서 박태선 전도관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탁 목사는 “제5공화국 정부의 부정부패를 용납 못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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