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이상 국가만이 가입할 수 있는 세계국가 명예 전당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6년 개인소득 2만 달러 달성 이후 12년 만인 2018년에 ‘3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로써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으니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인구 순위로는 세계 28위로 오래전부터 그 조건을 갖췄으나 경제력으로 세계 15위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함으로써 부강국(富强國)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국제법상 세계국가 242개국 중에서, 유엔 회원국 195개국으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 7번째 해당하는 강국이 된 것은 국민 모두가 자축할 만한 일이다. 개인소득과 관련해 그간에 성장해온 발자취를 더듬어본다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0년 남북한 경제력 비교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듯이 한국이 국민총생산(GNP) 2850달러일 때 북한은 4350달러였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NI)을 보면 한국이 67달러로 세계 109위, 최극빈국가로 기아선상에서 허덕일 때에 북한은 220달러로 세계 83위였으며 이승만 정권에서도 경제력이 북한에 뒤졌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서울을 비롯해 지역 대부분이 초토화됐던바, 전쟁의 후유증이 컸으니 이승만 정부에서는 휴전이후에도 경제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한국전쟁 중 인천상륙작전을 진두지휘했던 미국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폐허가 된 서울을 둘러보면서 한 말이 있다. 한국을 복구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그만큼 경제력이 약했던 우리나라에서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1950년부터 1959년까지 미국과 유엔기구로부터 원조 받은 36억 4달러 이상의 무상물자가 그나마 국민생존의 끈이었다.   

그러했던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경제력에서 역전된 시기는 1974년부터로 이에는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에 전적으로 매달린 데 힘입은 바 크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박정희 정부가 이룩한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9.2%에 달했다. 그 후 1991년까지 총 6차례 5개년계획 추진을 해왔고, 이 기간 중 연평균 8% 가까운 경제성장을 거두었던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월유신에 이어 3선 개헌, 인권탄압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독재기간 중에 경제분야 만큼은 눈부시게 발전한 황금기라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대한민국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음은 부인할 바가 없다.  

그에 힘입어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급기야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해 세계만방에 알렸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일어나 30년 만에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으니 맥아더 원수가 현재 서울 모습을 본다면 또 놀라서 혼절했을 것이다. 그만큼 짧은 기간 안에 우리나라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온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해 필자가 아프리카 모로코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중학생 정도 됐을까 나이의 학생이 내가 든 태극선을 단번에 알아보고 ‘코리아’를 외쳤는데 기특해서 부채를 준 기억도 있다. 

이번에 대한민국이 ‘30-50클럽’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나온 발자취를 들추다보니 한국전쟁과 미국과 유엔대외기구에서 원조를 받아 살아왔던 때를 다시 한번 헤아려보게 되고, 또 우리 국민이 너나없이 힘들게 넘었던 4월 보릿고개도 짚어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전쟁, 가난 등으로 어려웠지만 그래도 우리가 극복해온 과거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지금도 경제가 어렵고 국민 삶이 잠시간 피폐하다보니 개중에는 경제발전의 공을 들먹이며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자행했던 옛정권의 호시절을 기리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보는 화두는 ‘민주적이면서도 경제가 잘 발전될 수 있는 방도가 없을까’ 하는 기대다. 생각건대 그것은 정치권의 변화가 우선이고, 그 선상 위에서 안정을 찾아야 하는 것인즉, 무엇보다 정치인들, 그중에서도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제도 속에서 누려온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해야 하겠고, 국회의원들이 누려왔던 각종 특권들을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세비를 삭감하며, 선진 의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게 되고 정치인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쇄신되고 안정화된다면 국민화합과 경제발전은 더 이상 난제가 아니다. 여야 의원들이 밤낮으로 국민편익과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은다면 무엇인들 해결하지 못하랴.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드디어 ‘30-50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7번째다. 대단한 위업이지만 여기서 머물 수는 없는 중차대한 시기에 부언하지만 정치적·경제적 부흥을 이루는 일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권의 개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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