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헌재가 판단한다. 형법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때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낙태를 도운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지속돼 왔다. 또 임신이 단순히 여성 혼자의 문제가 아님에도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법에 대한 개정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반대하는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이유로 들고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내려진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다. 임신 초기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명 중 75.4%에 달하는 여성들이 낙태죄 처벌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낙태의 예외적 허용을 담고 있는 모자보건법 14조에 관해서도 절반 가까운 48.9%가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별·별거·이혼 등으로 인한 낙태 허용 요구는 51.4%에 달했으며,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활동을 낙태 허용 사유로 삼아야 한다는 응답 또한 32.9%를 차지했다. 

현행 낙태죄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정부도 개선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낙태죄를 폐지했을 때 생명경시 풍조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낙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결정이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여성과 시술한 의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

현행 낙태죄는 여성들의 낙태 결심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불법시술을 낳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여성혼자 신체적 법적 책임을 지는 현 낙태죄는 개정의 필요성이 충분해 보인다. 헌재는 낙태죄 관련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시대 흐름에 맞는 타당한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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