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국민주권주의의 논리적 체계에 따르면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국정을 담당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직접민주주의의 실천은 어려움이 많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이다. 국회는 국민의 주권적 의사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은 헌법상 지위로서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그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특히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다. 그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인 입법 및 국정통제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국회의원의 의무 또한 구체적으로 법에서 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청렴의무를 비롯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서 직무를 행해야 하고, 그 지위를 남용해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해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해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윤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회는 국회의원윤리강령 및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제정한 바 있다. 

오늘의 국회의원이 이러한 법에서 정한 취지와 목적을 잘 이해하면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땅의 국회의원은 자나깨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특권적 존재인가? 그들이 고단한 국민의 삶을 보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그들을 물가에 내 놓은 아이처럼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최근 국회의원의 채용청탁, 부동산 사재기, 재판청탁, 이권개입, 역사인식이 결여된 발언 등의 의혹으로 품위를 잃고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국민의 실망은 극에 달해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리인이므로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뜻에 반하면 안된다.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채용청탁을 통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면 결국 누군가는 기회를 잃게 되는 공정성과 기회의 균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정한 국가정책정보를 미리 접할 수 있는 지위에서 수십 채의 가옥을 차명 등 갖가지 부정적 수단을 동원해 매입했거나 이권에 개입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해충돌규정의 위반이며, 공무상 비밀누설 및 직권남용으로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재판에 개입하면 그건 중대한 삼권분립의 침해이며 사법부의 독립을 해침은 물론이고 법관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방해하는 심대한 직권남용이다. 또한 국회의원이 민감한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의 성격에 대해 전혀 역사인식 없이 객관적 거증자료의 제시도 않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국론분열과 남남갈등을 야기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의 자유는 넓게 보장하되 국민통합을 해치는 막무가내식 주장을 용인할 수는 없다. 국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돌출행동이나 발언이 정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회의원의 잘못된 언행을 정파 간 이전투구식 정쟁의 빌미로 삼아 죽기살기식 패싸움으로 일관한다면 그 또한 입법부의 수치이자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증폭시키는 꼴불견이다. 국회의 자살폭탄 테러적 소란이 아닌 적법절차에 따른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좀 더 품위와 품격를 갖추고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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