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6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사혁신처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6

현직 대법관 기소 때 파장 클 듯

‘일제 강제징용 사건 방치’ 의혹

차한성 전 대법관, 기소 유력시

100여명 중 기소대상 선별작업

이달 내 완료 후 대법원에 통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윗선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들의 지시를 받아 부당한 행위를 한 전·현직 법관 가운데 누구를 기소할 지 결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직에 있는 권순일 대법관도 이름이 오르내려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 후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개별기록·증거자료를 정리하면서 공소장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에 차한성 전 대법관과 현역인 권순일 대법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특히 현직인 권 대법관이 기소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권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알하며 2013년과 2014년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인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적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토론회에서 대본을 읽는다’고 부정적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판사, 노동 사건에서 노동자 편향적 관점으로 판결한다고 평가된 판사 등이 판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대법관 출신 차한성 변호사 ⓒ천지일보
대법관 출신 차한성 변호사 ⓒ천지일보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양승태 사법부의 첫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공모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1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른바 ‘소인수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판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차 전 대법관은 ‘왜 이런 이야기를 2012년 대법원판결 때 안 했느냐. 브레이크를 걸어줬어야지’라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소송 절차 지연을 논의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강제징용 재판 주심이던 김용덕 전 대법관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다. 다만 주심 대법관으로 지정된 2014년 6월부터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과 외교부가 사이의 재판 관련 조율이 정리된 2016년 9월까지 2년 3개월간 사건을 방치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 수집을 목적으로 파견 법관과 연락하는 등 헌재 견제 업부를 총괄하고, 법원 내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에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기소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다. 유 연구관은 애초 사법농단 수사가 본격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인물이다. 그는 수석 재판연구관 업무를 끝내고 퇴직하면서 대법원 재판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채윤 씨 특허소송 상고심과 관련해 재판 쟁점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채윤 씨 특허소송 상고심과 관련해 재판 쟁점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밖에 지난해 말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신광렬·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본인이 한 증언이 정작 자신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증언할 이유가 적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런 경우는 형사소송법에서도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더욱 더 확률은 낮아진다.

재판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불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8개월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 증거를 수집·정리하고 논리를 구축한 검찰 주장이 더 신빙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0여명에 대한 검토를 이달 안으로 모두 마친 뒤 대법원에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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