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1969년 한국인 최초 천주교 추기경

염수정 “당부말씀대로 사랑하며 살자”

文대통령 “정의 지킨 최후 보루셨다”

추모객 “언제나 존경하고 그리운 분”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김수환 추기경님은 인간의 마음 깊은 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김 추기경의 삶을 통해 되새겨야 합니다.”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미사가 16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6)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그저 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다. 추기경님의 사랑과 감사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추기경은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용서,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며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시대에 더욱더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정신이 그리운 이유”라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1968년에 서울대교구장이, 1969년에 한국인 최초로 천주교 추기경이 된 김 추기경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소외계층에게 손을 내밀어 이들의 벗으로서 일생을 보냈다.

그는 자신을 ‘바보’로 칭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형수, 장애인을 만났고, 강제철거로 살던 집에 쫓겨난 도시빈민뿐 아니라 착취당하는 노동자, 무의탁 독거노인들 등도 만나 이들을 위한 일에 평생을 바쳤다.

또한 김 추기경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였다.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각막을 기증하며 사랑을 실천한 한국 종교계 큰 어른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김 추기경에 대해 “1968년부터 1998년 일선에서 은퇴하실 때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서, 또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우리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느님께서 김 추기경님을 통해 사랑과 나눔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며 “김 추기경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우리도 부르심 받을 때까지 서로 용서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또 나눠야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끝으로 “김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이날 추모식에는 김 추기경 추모 영상도 상영됐다. “내 나이 여든 다섯,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김 추기경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거나 고개를 푹 숙이는 추모객도 보였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교황의 추모사를 대신 전하며 김 추기경에 대해 “그는 역사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사제로서 가난한 자들, 병들고 연악한 자들을 배려하고 복음을 전하며 헌신하신 용감한 사람 낚는 어부였다”고 말했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사를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셨지만 낮은 자리에 서서 사람을 존중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김 추기경은) 독재 정권의 어둠 속에서도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셨다”고 추모했다.

이날 명동대성당 내부는 추모객 1000여명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였지만 성당 외부에도 추모객들이 함께 자리해 김 추기경을 기억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끝나자 신도들이 성당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끝나자 신도들이 성당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6

김용철(53, 남, 서울 종로구)씨는 “선종 10주기를 맞아 김수환 추기경님의 삶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됐다”며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랑과 정의를 위해 사셨던 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지도자들을 비롯해 모두가 그 분이 베풀었던 그 사랑을 배워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모 영상을 조용히 지켜보던 김옥자(가명, 60대, 여, 신도)씨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분이었다”며 “김 추기경님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 없이 대하는 분이 또 있을까싶다. 김 추기경님은 내 마음속에 언제나 존경하고 그리운 분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백수영(25, 남, 서울 종로구 혜화동)씨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생전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추기경님이 어떻게 살다가 돌아가셨는지는 잘 알고 있다”며 “그 분은 평화와 화합을 위해 한평생 사형수와 장애인, 노동자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곁에서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김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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