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시장상인, 주차된 차량 전부 이동시켜 소방차 진입로 확보

소방당국, 화재 발생 4분 만에 현장 도착… ‘대응 1단계’

소방의용대, 시민 안전·질서 유지… 커피·컵라면 지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대경 인턴기자] “불이 난 걸 확인하자마자 얼른 이웃집을 돌며 사람들을 대피시켰어요. 시장상인회 부회장님은 소화전을 사용해 화재 점포 근처에 물을 뿌렸고요. 다른 상인들은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주차된 차량을 모두 이동시켰죠.”

40년 이상 오래된 상가가 대부분인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농수산물시장 한 점포에 화재가 발생한 15일 현장에서 만난 김정희(가명, 65, 여)씨는 불이 난 직후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청량리농수산물시장의 화재 점포 인근은 특히 상가든 집이든 ‘따닥따닥’ 붙어있어 작은 불이라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같은 악재를 막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씨는 화마에 빠르게 대처했던 시장상인들과 소방관·소방의용대 등 모두의 힘이 컸다고 했다.

김씨는 “이곳 시장은 도매시장으로 상인 대부분이 새벽 2~3시부터 일을 시작한다”며 “불이 났던 8시 40분쯤 상인들은 한창 바쁠 때임에도 연기를 발견한 이는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소방서에 신고를 하고 서로 연락을 취해 (화재 점포 앞에) 주차된 차를 모두 옮겼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이어 “소방차가 들어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차량에 출입을 막는 상인도 있었다”면서 “이뿐 아니라 소화전을 사용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물을 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소화전을 사용했던 상인은 시장상인회 수석부회장인 신영식(57, 남)씨였다. 화재 점포 근처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신 부회장은 화재로 인한 연기를 발견하자마자 집집마다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가스 밸브를 점검했다. 이어 소화전을 사용해 물을 뿌렸다.

신 부회장은 “나를 포함한 시장 대부분의 상인들이 소화전 사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집들이 이렇게 따닥따닥 붙어있는 상황에서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40여분간 계속해서 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한 점포에 화재가 발생한 15일 시장상인회 수석부회장인 신영식(57, 남)씨가 사용한 소화전. ⓒ천지일보 2019.2.15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한 점포에 화재가 발생한 15일 시장상인회 수석부회장인 신영식(57, 남)씨가 사용한 소화전. ⓒ천지일보 2019.2.15

소방당국의 대처도 신속·정확하게 이뤄졌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시간인 오전 8시 41분께로부터 약 4분 뒤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3분 뒤 소방당국은 유관기관에 지원을 요청했고, 오전 8시 52분께는 관할 소방서의 인력·장비가 전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대대적인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진압에 동원된 인원만 소방인력 157명, 경찰 151명, 구청 50명 등 총 367명에 달했고, 소방 관련 38대, 경찰 10대, 구청 4대 등 모두 55대의 장비가 화재 진압에 동원됐다. 이번 화재에 대한 완전한 진화가 이뤄지기까지 소방당국의 빠른 판단력도 큰 역할을 했다.

오전 10시 10분께 초진에 성공한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에 나섰으나, 해당 점포의 기와지붕과 철판으로 인해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효숙 동대문경찰서 소방행정과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기와지붕과 비나 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덧댄 철판 때문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소방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철판 철거 작업을 진행할 것을 결정했고, 곧바로 포크레인을 투입해 철판을 들어내는 작업과 진화 작업을 병행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10시10분께 초기 진화를 완료한 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중장비를 이용해 소실된 점포의 지붕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10시10분께 초기 진화를 완료한 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중장비를 이용해 소실된 점포의 지붕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이대경 인턴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15일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시 해체한 한옥지붕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이대경 인턴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15일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시 해체한 한옥지붕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진화 과정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과 이들을 조력하는 소방의용대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키의 3배가량 돼 보이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동료를 위해 이를 붙잡아주는 소방대원, 엉킨 소방호스를 함께 풀어가는 소방대원, 높은 곳에 소방호스를 올려주고 위에선 이를 붙잡아주는 소방대원 등 각자의 위치에서 협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방의용대의 경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중장비의 접근을 막고 길을 안내했다. 또한 화재뿐 아니라 추위나 피곤과도 싸움을 하는 소방대원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전달하거나 컵라면에 물을 부어 전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진화 작업은 시장상인들로 시작해 소방관, 소방의용대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협력 속에 진행됐고, 불은 오후 12시 24께 완진됐다. 대응 1단계도 같은 시간에 종료됐다.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한 이번 화재는 점포 반소 2곳, 부분 소실 1곳의 피해를 입히고 진화됐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지붕 위에서 잔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지붕 위에서 잔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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