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강행하고자 국가비상사태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 분위기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도출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키로 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경에서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에 관한 위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다른 행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1976년 제정된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국가적 위기 발생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의 제동 없이 예산을 재배정하는 등 확대된 행정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민주당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는 이번 예산안 합의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최근 국경장벽 건설 관련 예산안을 13억 7500만 달러로 합의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퇴짜를 놓으면 3주 만에 다시 셧다운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셧다운 재발이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산안을 받아들여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장벽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분석이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군 관련 2개 법률을 이용해 국방 예산 일부를 돌려 국경장벽 건설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비상사태 자체는 관련법 제정 후 40여년 동안 모두 58차례 선포되고, 이 중 31건이 유효할 정도로 흔한 조치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가 대북 제재, 핵확산 방지, 무역 등의 국제적 분쟁을 다루기 위해 선포됐다는 점에서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즉각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의회를 건너뛰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옵션들을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뜻을 비치고 있다. 리사 머카우스키(공화, 알래스카) 상원의원은 “이것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랜드 폴(공화, 켄터키) 상원의원도 “우리 정부는 권력 분립을 규정한 헌법을 갖고 있다”며 “세입과 세출 권한은 의회에 주어져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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