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호송차로 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 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항소심에서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호송차로 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2.1

민주원씨, 페이스북 통해 2심 판결 조목조목 비판

“‘상화원 사건’ 김씨 있었단 자리서 침대 안 보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이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며 ‘상화원 사건’에 관한 김지은씨의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 김지은씨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씨의 진술 수용한 2심 판단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민씨는 “제가 안희정씨와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그를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안희정씨의 불명예를 아무 잘못 없는 저와 제 아이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끔찍해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김지은씨를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제 남편을 유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더 나쁜 사람은 안희정씨다. 가정을 가진 남자가 부도덕한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민씨는 1심 재판에서 직접 법정에서 증언한 ‘상화원 사건’에 대해 상세히 적었다.

상화원 사건은 2017년 8월 18∼19일 충남 보령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안 전 지사 부부가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접대하는 일정 중에 발생했다. 1층을 쓰던 김씨가 같은 건물의 숙소 2층에 머물던 안 전 지사 부부 방에 들어갔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성을 만나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민씨의 주장에, 2심은 김씨의 말에 각각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민씨는 “김씨의 이런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라며 자세히 반박했다.

그는 “만약 김씨가 문과 가장 가까운 계단의 위쪽 끝에 앉아있었다 해도 문까지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쪼그리고 앉아있다 일어나면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제가 묵었던 침대는 3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침대 발치 앞은 통유리창이고 침대에서는 절대 방문을 바라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이후 김씨가 자신에게 “간밤에 도청 직원들과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서 술을 깨러 옥상에 갔다 내려오다가 제 방이라 잘못 생각하고 들어갔다”며 사과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부부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인 행태를 성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씨는 자신의 증언을 믿지 않은 2심 재판부에 대해 “그처럼 경황없는 순간에 제가 어떻게 있지도 않은 사실이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었겠느냐”라며 “항소심 재판부는 (제 말이) 의심이 되면 저를 불러 다시 물어보지. 제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김씨) 말만 믿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상화원에 들어온 날은 김씨 주장에 의하면 바로 2주일 전 두 번이나 성폭력 피해를 본 이후"라며 ‘그런 사람이 수행비서의 업무를 철저히 행하고 한중관계의 악화를 막으려는 의도로 안희정씨의 밀회를 저지하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 부부 침실 문 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는 김씨 주장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는지 진실로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민씨의 글이 공개되자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가족의 글은 1심 재판에서도 펼쳤던 주장”이라며 “2심 재판부에서는 다른 객관적 사실 등에 의해 배척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2심은 당시 안 전 지사 부부가 자고 있던 2층 방문 상단이 반투명해 방문 밖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당일 건물 옥상에서 안 전 지사가 문자를 보낸 중국 여성과 만난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불상사를 우려했다’는 김씨 주장도 믿었다.

결과적으로 2심은 “피해자가 피고인 부부 침실에 몰래 들어가 부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렇듯 첨예하게 엇갈리는 양측 주장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기 때문에 추가로 나온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 다만 2심이 진술 신빙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볼 경우엔 결과를 다시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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