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수환 추기경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행사가 한창이다. 그는 종교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우리나라 최초 추기경이었지만 자신을 높이지 않고 소탈했다. 종단을 아울러 교류했고, 진영과 이념을 넘어 품었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개헌을 준비하던 때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양심의 외침을 질식시켜서는 안 된다”며 질타했다. 이 때문에 전국으로 생중계되던 명동대성당 성탄 미사 방송을 정부가 중지하라고 명령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나는 이것이(유신체제 출범)이 우리나라에 큰 불행을 가져오는 거라고 난 단언한다. 이걸 발표한 박 대통령 자신도 불행하게 끝날 거라고 본다”던 그의 말은 예언처럼 적중했다. 

민주화 열망이 끓어오르던 80년대, 명동성당은 노동자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그야말로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하던 시절 그는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편에서 발언했고, 훗날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두고 한 것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추기경이 선종한 당시 전국에는 전무후무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종단과 계층을 넘은 추모 물결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모두에게 종단을 넘어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하나의 사건이 되기도 했다. 철저한 인간 이해와 존중을 몸소 실천한 소탈한 ‘어른’에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그 넋을 기렸던 것이다. 

김 추기경은 종교화합에도 누구 못지않게 힘쓴 인물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늘 다양한 종교인들이 있었다. 인간애의 바탕에는 이해와 진정성이 있었다. 선종 10년 수많은 기념행사가 치러지고 있지만 그가 몸담았던 가톨릭은 그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가톨릭은 추기경이 추구하던 모습과 달리 기득권 종교의 적폐만 더 짙어진 느낌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김수환 추기경은 어지러운 시대에 모두의 가슴을 파고든 영웅이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추모 물결이 뜨거운 이유는 그와 같은 종교지도자가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그가 원하던 사랑과 관용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종교인들이 늘어나는 10주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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