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직접 국정을 담당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해 국정을 운영하게 하는 간접민주주의이다. 이는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말하는 모든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이라는 국민주권원리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선거제도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권은 국민주권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헌법 제41조 제1항과 제67조 제1항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규정해 국민주권원리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선거권은 국민주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장치이다. 또한, 선거권은 국가권력을 구성하고 통제하는 방편이며 국민주권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상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이다. 헌법 제24조는 선거권에 대해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는 선거권의 내용을 법률로 구체화한다는 것일 뿐, 선거권을 법률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은 예외적으로 제한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선거권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제한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국회의원선거인 총선과 대통령선거인 대선에 대해서는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선거 중 지방의원선거는 헌법 제118조 제1항에서 언급해 헌법상의 기본권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는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양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전자는 국정선거라고 하며, 후자는 지방선거라고 하여 구분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선거마다 따로 법률을 제정해 시행했지만, 현재는 공직선거법으로 통합해 선거를 시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총선과 대선으로 불리는 선거에서 행사되는 국민의 선거권과 지방의원선거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헌법상 기본권이지만,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권은 헌법에 직접 명시돼 있지 않고 법률에 규정돼 있어서 법률상의 권리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법률상의 권리인 지방자치단체장에 관한 선거권도 차별에 대한 평등권 심사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방선거권에 대한 제한은 지방의원의 경우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으로 봐야 한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제도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국정선거권이든 지방선거권이든 헌법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고 한다. 국정선거권은 국민의 선거권이고 지방선거권은 국민인 주민의 선거권이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한다고 해도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에는 구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거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률주의를 채택해 입법형성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선거권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의 형성은 국회의 입법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국회는 선거권의 내용을 규정하는데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원칙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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