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국내 체육인들은 북한과 공동개최를 추진하는 2032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신청도시로 서울을 선택했다. 11일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후보도시였던 서울시와 부산광역시를 놓고 투표를 한 결과 서울을 다수결로 결정한 것이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국내 두 대표도시가 맞붙어 도시 간 명예와 이해관계가 걸린 경합이었으나 재정과 인프라 등 여러 부문에 걸쳐 경쟁력을 갖춘 서울이 부산을 밀어냈다.

서울은 1988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44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 유치에 나서게 됐는데, 북한은 평양을 공동 개최지로 사실상 결정한 상태이다. 올림픽은 국가 개최의 월드컵과 달리 도시 개최를 하기 때문에 복수 국가가 공동으로 개최한 전례가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32 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선언을 발표했고, 이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여러 경쟁 국가 중 남북한의 공동개최의사를 받아들였다. 현재 2032 하계올림픽 유치 희망도시는 서울과 평양을 비롯 호주 브리즈번, 인도 뉴델리, 중국 상하이 등으로 알려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은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금명간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부에서 서울-평양 공동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고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제 2032 하계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는 북한에게 공이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진심으로 공동개최를 바란다면 비핵화 문제를 먼저 매듭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IOC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고 있고 스포츠가 정치에 말려드는 것을 반대한다. 하지만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은 북한 비핵화가 불가피한 선결조건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비핵화가 되지 않고서는 2032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는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는 남북한 전쟁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핵심적인 사항으로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는 비핵화가 결정되면 이미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서울을 올림픽 유치 신청도시로 결정하고 빠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공동개최에 따른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비핵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부분을 개방해야 하는 게 북한 측으로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달 말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어떤 유의미한 합의 내용이 담길지부터가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국제외교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는 협상, 핵무기 신고, 사찰, 폐기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낙관은 금물이라는 반응이다.

북한이 2032 올림픽에 발목이 잡혀 비핵화를 결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 군사적 전력과 북한 상황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서 비핵화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적인 면을 두루 살펴 올림픽을 위해 비핵화를 해야 하는 것은 썩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비핵화는 북한을 세계 앞에 평화국가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비핵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민족이 통일의 염원과 함께 간절히 바라는 남북한 올림픽 공동개최를 날려 보낼 수 있다. IOC는 북한의 비핵화가 해결되지 않고선 결코 2032 올림픽을 남북한에 선물로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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