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며칠 전 KBS는 ‘유령주택’을 화면에 담았다. 논밭이 널려 있는 땅에 지어진 주택들이다. 모두 60채에 이른다. 이들 건축물은 모양은 분명 집인데 똑같은 규격에 똑같은 크기로 촘촘히 지어졌다. 면적이 50제곱 이하고 방 하나 화장실 하나의 조립식 주택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데 주소는 이전되어 있는 상태다. 

집을 짓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2월 수원에 있던 군 공항을 이전할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웅 간척지를 선정하면서부터다.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심한 소음이 나는 구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대체 택지’를 싼값에 마련해 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가 허술하게 운영되는 걸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한 것이다. 

‘유령주택’ 건설 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돈 놓고 돈 먹기 행태다. 전형적인 투기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투기가 묵인되고 용인되면 건강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경제관이 무너진다. 한탕주의가 널리 퍼지게 되고 사회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힘든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바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사기를 치는 상대가 국가라는 점이다. 대체 택지 제공의 본래의 취지는 소음으로 거주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주거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 제도를 악용해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개발업자라고 불리는 브로커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국가의 돈을 빼 먹고자 했다. 결국 국민의 세금을 갈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공공선이 무너져 가는 사회의 단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유령 집은 공항이 이전된다는 게 알려진 직후에 지어졌다. 어떻게 지어질 수 있었을까. 이들 집들은 대부분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지었다. 지자체는 왜 허가를 내주었을까. 비리나 부정이 개입되고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화성시는 요건을 갖추고 건축허가를 신청하면 허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진실을 말한 것일 수도 있고 핑계일 수도 있다. 부정이 개입된 경우라면 사법 당국의 문제이고 국가 기관의 자정 능력의 문제이지만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국가 기관이 농락당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을 강화해서 투기가 의심되는 경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가 투기를 걸러내지 못할지라도 국방부가 똑바로 행정을 펼친다면 투기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에 의해 위장 거주민이라는 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면 누가 투기를 꿈꿀 수 있을 것인가. 브로커가 나설 생각을 하지도 못할 것이고 투기꾼들도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수원 공항의 화성 이전 계획이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는 바람에 투기는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화옹지구 유령주택 사건’은 언제 어디서나 재발될 수 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발생한 것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라의 기강이 똑바로 서 있고 제도와 법이 잘 정비돼 있다면 투기꾼들은 국가의 돈을 갈취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의 부재’로 고통 받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정부와 감사원은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공항 건설 또는 이전을 포함해서 토지 수용을 앞두고 유령주택 또는 건축물을 지어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 하는 게 필요하다. 투기가 성공한 사례와 투기가 성공할 뻔 한 사례, 투기가 발각돼 처벌받은 사례, 지자체와 국방부 공무원의 처벌 사례를 낱낱이 조사해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이 있으면 고발조치해서 엄하게 처벌받게 해야 하고 부정과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내야 한다.  

보상을 노린 유령주택 건설은 투기인 동시에 범죄 행위이다. 투기가 예상됨에도 건축허가를 내어 주는 지자체가 있고 범법 행위를 가려낼 수 없다고 믿게 만드는 국방부와 국가기관이 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혹세무민하는 브로커가 있고 돈 욕심에 유령 집을 짓는 투기꾼들이 있다. 국가기관과 투기꾼 중 누구 잘못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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